'꿈의 에너지' 핵융합 실험서 에너지 마진 남았다
미국에서 이뤄진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사상 최초로 에너지 획득량이 소모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원이 고갈되지 않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무한동력원을 찾을 거란 기대가 증폭됐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지난 2주간의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순 에너지 이득(Net Energy Gain)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순 에너지 이득은 얻은 에너지가 소모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을 뜻한다. 핵융합으로 발전된 에너지양이 소모량보다 많다는 것이다. 리버모어 연구소는 이번 실험에 2.1메가줄(MJ) 에너지를 레이저 형태로 투입해 2.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약 20%의 에너지 마진이 남은 셈이다. 0.4MJ은 500mL의 물 온도를 섭씨 20도에서 100℃로 올리는데 필요한 열에너지인 167 KJ(16만7000J)의 2.4배에 달한다.

핵융합 발전은 과학계에서 '꿈의 에너지원'이라 불린다. 풍부한 연료, 높은 효율, 적은 유해 물질 배출이 강점으로 꼽혀서다. 전력 공급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데다가 사고 위험도 기존 원자력 발전 방식(핵분열)에 비해 낮고 사용후연료·시설 문제 등도 거의 없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핵융합 발전을 사용했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핵분열이 원자핵을 쪼개는 것과 달리 핵융합은 원자핵들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태양의 중심에선 높은 중력 덕에 섭씨 1000만도 정도의 온도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 지구상에서는 그보다 중력이 낮아 핵융합 발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섭씨 1억도 이상으로 온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1억도 이상의 온도를 담아낼 물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핵융합 발전을 위해 도넛 모양의 진공 자기장 안에 초고온 기체인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안을 고안했다. 중력이 의해 떨어지지 않도록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끝없이 돌리는 것이다.

에너지 생성에는 크게 자기장을 활용하는 '토카막' 방식과 '레이저 빔'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한국과 유럽 등 35개국이 참여해 개발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토카막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는 레이저 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미세한 공간에 연료를 넣고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고밀도 환경을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식이다.

다만 리버모어 연구소 측은 초기 데이터는 성공적인 실험 결과로 보이지만 정확한 에너지 이율(효율)은 계산 단계라고 FT에 밝혔다. 에너지 효율이 기준을 넘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을 경우 인류의 전력 발전 해결을 위한 핵융합 연구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생산된 열에너지를 전력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에는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FT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오는 13일 '주요한 과학적 발견'을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서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 에너지부는 이와 관련한 추가 언급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