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을 위한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1월 기준 BMS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60% 이상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다. BMS의 20개 블록버스터 제품 중 외부에서 도입한 것은 12개에 이른다. ‘엘리퀴스’, ‘아브락산’ 등이 대표적이다. 요시다케 마에다 BMS 글로벌 사업개발(BD) 디렉터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요시다케 마에다 BMS 글로벌 사업개발(BD) 디렉터.
요시다케 마에다 BMS 글로벌 사업개발(BD) 디렉터.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를 보유한 BMS는 특허 절벽을 앞둔 빅파마로 분류된다. 의학전문지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2025년께 BMS는 매출의 66% 정도를 2021~2030년 특허만료 의약품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프라인 확대가 중요한 이유다.

BMS는 2019년 세엘진을 인수하면서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을 품에 안았다. 묘카르디아, 터닝포인트테라퓨틱스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 작업을 하고 있다. BMS는 서울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서울바이오허브와 함께 올해 처음 서울BMS이노베이션스퀘어챌린지를 열었다. 자이메디와 프레이저테라퓨틱스가 우승기업으로 선정됐다. BMS는 이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Q.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하는 배경은 뭔가.
“단독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거보다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러 장애 요소와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자연히 신약 개발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임상개발 과정은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모든 R&D 과정을 단독으로 추진해 신약을 개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Q. 기업 이윤과 상관없이 빅파마가 바이오텍 육성에 관심을 갖는 사례도 많다.
“좋은 생태계(eco-system)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전반적으로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통합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BMS는 ‘환자들이 중증 질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 의약품을 발견(discover), 개발(develop), 제공(deliver)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세계 우수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우수한 파트너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육성도 중요하다.”

Q. BMS는 옵디보 등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병용요법 개발 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해당 활동도 BMS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존 우수한 파이프라인, 물질의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병용요법이 가능한 물질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특정 약제나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환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을 지속적으로 찾는 게 BMS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본 입장이다. 새로운 물질, 새로운 기전, 새로운 표적 등을 계속 찾고 있다.”

Q. BMS는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개발 후기 단계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후기, 초기 단계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단계의 파트너십에 관심을 두고 있다. BMS는 300건 넘게 외부 협업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과학이나 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개발 초기 단계의 협업도 상당히 중요하다.”

Q. 구체적으로 BMS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신기술은 뭔가.
BMS의 중점치료영역(Therapeutic area of focus)은 종양질환, 혈액질환, 면역질환, 섬유화증, 심혈관질환, 신경과학 등 6개 영역이다. 세포치료, 연구조사기술, 중개의학, 디지털 헬스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

6개 치료 영역과 관련된 물질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는 파트너 대상이다. R&D 단계뿐 아니라 기존에 상용화된 기술이라도 BMS가 관심을 갖고 있는 치료 영역과 접목돼 BMS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면 파트너십 기회는 열려 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매력적 기술을 보유했더라도 우리가 이미 확보한 기술이라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반대로 매력적이면서도 우리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라면 많은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다국적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에 관심 있다면 해당 제약사가 어떤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본인들이 보유한 자산을 해당 제약사가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해보는 게 좋다. 서로 궁합이 잘 맞을지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유용한 잣대가 될 것이다.”

Q.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최근 트렌드를 설명한다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R&D 예산을 책정할 때 내부적으로 R&D를 자체 진행하기 위한 예산뿐 아니라 외부와의 협업을 위한 R&D 예산을 함께 고려하고 이를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제약사들의 임상개발 활동엔 큰 타격이 없었다. 진행되고 있는 임상 연구의 숫자도 안정세를 보이거나 증가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승인된 신규 활성 물질의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임상 관련 개발과 승인 허가 활동은 팬데믹 시기에 오히려 활발하게 이뤄졌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가 집중되는 분야는 종양학이다. 종양학 연구나 임상 개발 단계 활동은 물론 관련 자산에 대한 계약 체결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종양학과 함께 신경과학, 감염성 질환 등도 관심이 많다.”

Q. 오픈 이노베이션 선택지로 한국은 어떤가.
“R&D 파이프라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BMS는 2019년 코리아 오픈 이노베이션(Korea Open Innovation, KOIN)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BMS의 오픈 이노베이션 경험이 3년째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 한국과 오픈 이노베이션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에도 과학 수준은 탄탄했지만, 일정 수준의 R&D를 진행하는 회사가 지금보다 적었다. 당시엔 한국 기업들이 생물학적 제제, 항체의약품 등의 생산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은 바이오 기업 숫자가 크게 늘었다. 과거보다 치료제나 애셋 파이프라인을 키우는 데 한국 기업들이 더 집중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 기업은 플랫폼 기술에 강점이 있다. 다국적 제약사는 기존에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더 보강해 줄 수 있는 물질을 찾는 데 관심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파이프라인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Q. 국내에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바이오 기업이 늘고 있다. 빅파마 입장에서 플랫폼보다 물질에 관심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BMS는 플랫폼 기술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애셋 모두 관심이 있다. 플랫폼 기술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다만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파이프라인을 키워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반면 아시아 기업들은 플랫폼 기술을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다. 한국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이면서도 플랫폼 기술을 갖추는 데 멈추지 않고 이를 이용해 자체 파이프라인을 쌓아가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Q. 빅파마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원하는 바이오 기업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빅파마가 해당 시점에 어떤 전략을 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에 따라 매력적인 파트너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BMS와 같은 제약사는 5개년 계획처럼 일정 기간 집중하는 전략이 있다. 새 5개년 계획에서 전략이 바뀌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BMS가 찾는 파트너는 해당 시기 BMS 전략에 가장 잘 맞는 파트너다.

세계적으로 혁신 기업은 많다. 하지만 BMS에 가장 우수한 파트너로 보이는 기업은 현재 BMS 전략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기업이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판단했을 때 특정 후보기업이 현재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2~3년 뒤 전략이 바뀌면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Q. 서울BMS이노베이션스퀘어챌린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챌린지 우승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승 기업은 2년간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도 제공된다. 올해는 BMS의 사업개발 집중 분야인 10개 영역에서 39개 프로젝트를 접수해 심사했다. 종양질환, 혈액질환, 세포치료, 심혈관질환, 섬유화증, 면역질환, 신경의학, 디지털헬스, 중개의학, 연구조사기술 등이다.

올해 선정된 자이메디(Zymedi)는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KRAS와 세포가 암으로 변이하는 데 기여하는 단백질인 AIMP2-DX2 간 결합을 저해하는 기전의 항암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Prazer Therapeutics)는 퇴행성 뇌질환, 악성종양 등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 기반 스피뎀(SPiDEM) 플랫폼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줬다.”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백지현 포토그래퍼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