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 같았던 메타버스가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와있습니다. 우리 런던 사무실을 새롭게 만들 때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상상한대로 직접 설계했습니다.”

존 리키텔로 유니티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가 3~4년 안에 현실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키텔로 CEO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실제 모델을 실시간으로 내가 있는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정의하며 “차세대 인터넷은 메타버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키텔로 유니티 CEO "메타버스, 상상하던 모든 게 3~4년 안에 현실화"
그가 메타버스의 미래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유니티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어서다. 나스닥 상장사인 유니티는 실시간 3D(3차원) 콘텐츠의 제작·운영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계 상위 1000개 모바일게임의 70%가 유니티의 게임 엔진을 사용해서 제작됐을 정도로 게임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다. 메타버스 기술도 앞서있어 가상현실(VR) 기기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70%가 유니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유니티의 플랫폼은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 자동차 설계, 영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현실 세계의 공간,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트윈을 통해서 산업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리키텔로 CEO는 “건축 설계는 이제 2차원 설계도면이 아니라 디지털트윈으로 ㎜단위까지 그대로 구현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주방을 리모델링할 때 가구, 가전기기를 원하는대로 자유자재로 배치하며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고 말했다.
리키텔로 유니티 CEO "메타버스, 상상하던 모든 게 3~4년 안에 현실화"
디지털트윈이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키텔로 CEO는 “현대자동차의 생산·연구개발(R&D)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면 작업의 효율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티는 현재 건설중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구현한 디지털트윈 공장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리키텔로 CEO는 “메타버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강현실(AR) 안경을 끼고 한 빌딩을 바라보면 그 빌딩의 정보가 제공되고, 식당 간판을 쳐다보면 메뉴와 가격을 알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동으로 가려고 하는 층의 버튼이 눌러지는 세상을 예로 들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 리키텔로 CEO는 “게임, 메타버스 등 분야의 기술력이 다른 지역보다 2~3년 앞선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형 게임업체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이 유니티의 고객이다. 그는 “우리보다 앞서있는 한국 시장을 자주 방문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서기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