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개발사 GBT 약 7조원에 인수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나스닥 바이오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추어 화이자가 새로운 제약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8일(미국 시간) 겸형 적혈구 빈혈증 시장 1위 치료제 옥스브리타를 보유한 제약사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주당 6850달러(총 54억 달러, 약 7조540억원)를 주고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희귀 혈액학 분야에서 30년 이상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 소식에 주당 33달러선이었던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의 주가는 주당 66.6달러(8일 종가)로 2배 뛰었다. 인수 거래는 이르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의 주요 자산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옥스브리타다. 4세 이상 어린이부터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 옥스브리타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에만 5500만 달러(약 7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겸형 적혈구 빈혈증은 적혈구에 생긴 돌연변이로 적혈구의 모양이 낫처럼 변형되는 유전질환이다. 겸형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효율이 정상 적혈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와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50~80% 환자가 5세 이전에 사망한다. 미국내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 수는 약 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지역에선 매년 24만명의 어린이가 이 질환을 안고 태어나고 있다.

옥스브리타는 2가지 방식으로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환자의 헤모글로빈 분자에 직접 결합해 산소 친화력을 증가시키고, 적혈구가 낫 모양(겸형)으로 변형이 되지 않도록해 빈혈을 감소시켜준다.

옥스브리타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는 생후 9개월의 어린 아기도 옥스브리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 허가를 앞둔 후기 임상 단계의 후보물질도 여럿 확보했다. 겸형 적혈구 빈혈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혈관폐쇄위기(VOC) 치료 후보물질 인클라쿠맙이 임상 3·4단계에 있다. 차세대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인 GBT021601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코로나19 이후 나스닥 바이오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던 틈을 타 다양한 신약벤처기업들을 ‘쇼핑’했다. 화이자는 지난 5월 편두통 치료제 업체 바이오해븐을 116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레나 파마슈티컬을 지난 3월에 6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화이자, 겸형 적혈구 빈혈증 치료제 개발사 GBT 약 7조원에 인수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