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보의 데담]
마크비전 이인섭 대표 인터뷰

'위조품·불법콘텐츠 적발' 하버드 로스쿨 박사
"기술 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던지는 문제"
"막연한 열정 보다 계획·반복된 실험이 중요"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인사·조직문화 꾸려"
"타의 추종 불허 세계적인 IP 플랫폼 꿈꾼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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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의 세계 최대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투자를 받았다. 이름은 '마크비전'(Marqvision).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유니콘을 발굴해내 스타트업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엑셀러레이터다. 그만큼 마크비전의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마크비전은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라 통칭되는 명품의 위조상품 및 불법콘텐츠를 감시하고 차단하는 AI 솔루션 업체로 시장에서 기술력과 차별성을 인정 받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떠도는 사진과 정보를 바탕으로 위조상품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상품의 이미지 사진, 판매자들의 행동 패턴, 위조 상품의 가격, 상세 정보 등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위조상품을 가려낸다.

스타트업, 특히 데이터·AI 기업은 창업 초반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마크비전은 다르다. 이 업체는 글로벌 명품 업체들을 고객사로 둬 올 들어 매월 50%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로 본사를 옮겼다. 통상 기술 기업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랜시스코에 적을 두지만, 마크비전은 헐리우드·엔터테인먼트·게임 회사 등이 대거 포진한 LA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식재산(IP) 플랫폼으로 거듭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기술이 중요? '어떤 문제 풀지' 정의 내리는 게 먼저
마크비전 이인섭 대표. /사진=마크비전 제공

마크비전 이인섭 대표. /사진=마크비전 제공

마크비전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26일 한경닷컴이 만난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32·사진)은 기술보다도 '시장 수요 간파'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특히 테크 기업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기술에서 먼저 출발한다는 점이다. 거꾸로 된 것"이라면서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도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매우 큰 문제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시장에서 해결을 원하는 문제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한 뒤 그 다음 단계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딪치고 겪으며 배운 교훈이다. 마크비전도 처음엔 그저 AI, 기업간(B2B)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뒀다. 기술로 승부를 본다고 했지만, 정작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될지는 불명확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시행착오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비즈니스 신뢰에 문제에 생기거나 인건비가 크게 드는 등 해결해야만 하는 '빅 프라블럼(큰 문제)'을 정의하는 게 첫 단추라는 사실이었다.

구성원이 진심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선 '우리 고객이 내가 사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싶은 부류의 사람들이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며 구성원을 몰입시킬 유인이 사업 확장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블랙핑크 같은 그룹을 우리 회사가 지켜줄 수 있고, 그들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다면 밤을 새서라도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마크비전은 실제로 지난달 블랙핑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지식재산권(IP) 자회사 YG플러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블랙핑크 팬아트, 피규어, 소품 등 K팝스타의 굿즈가 이커머스에서 인기다. 하지만 인기가 높은 만큼 짝퉁 굿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크비전은 AI로 판매업자, 물건의 사진, 정보 등을 갖고 실시간으로 위조상품 여부를 판별하는데 정확도가 99%에 달한다. 판별이 되면 고객사에 위조상품에 대해 상황을 알리고 이커머스에서 판매를 차단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치밀한 계산, 실패의 복기
이 대표는 대원외고와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 로스쿨을 졸업했다. 부모의 직장 발령으로 건너온 미국 땅에서 처음엔 매우 막막했다고.

낯선 타지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가 채택한 삶의 방정식은 '역산'. 그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갖고 최대의 결과물을 얻으려면 막연하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지 역으로 추적해 계획을 세우고 끈질기게 행해야한다"고 했다. 하버드대 졸업 후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등에서 일하면서도 지켰던 자신만의 원칙이라고 했다.

마크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체적 목표 설정과 전략 수립이 핵심이다. 그는 "한번도 우리 업이 모험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계획적이고도 반복적인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주간 단위로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미팅 수, 이메일 수까지도 수학적으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크비전은 10개월째 50%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그는 성공과 실패를 회고하는 주간 단위 회의를 통해 목표치가 달성되지 않았을 때 그 요인을 면밀히 살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왜 실패했는지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면서 "실패 자체는 괜찮지만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일하기 위해 모였으면 일만 신경쓰게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이를 위한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이 대표가 '인사'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개인과 회사의 기대치가 일치하는지' 여부다. 성장이 관건인 마크비전은 직원을 채용을 할 때도 지원자 스스로가 얼마나 성장을 중시하는지 따져본다. '열정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회사와 같은 수준인지 살펴본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좋은 인재를 제대로 된 값에 등용하는 것이다. 그는 "우린 스타트업이고 그래서 돈이 없으니까 적당한 사람을 뽑아서 밤을 새서 일하자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필요한 분야에서 제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찾아 가급적 더 좋은 조건으로 모셔와야 성과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 또 다른 좋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회사길래' 하면서 우리 회사를 찾게 된다"고도 했다.

그가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오직 목표 달성이다. 직원 평가는 근태를 아예 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는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본인의 역할을 다했으면 휴가를 언제 얼마나 가든, 언제 퇴근하든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인력 변동이 잦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지난 1년 간 마크비전의 퇴사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는 "회사가 성과를 내고, 그 가운데 구성원들 스스로 성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체할 수 없어야 한다"
현재 아시아에선 마크비전의 경쟁사가 없다고 자평했다. 그만큼 독보적 기술을 가진 회사로 평가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유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보통 사람을 고용해 일일이 위조상품이나 불법콘텐츠를 가려내는 반면 마크비전은 AI로 이를 해낸다. 이 대표는 "통상적으로 하루 사람이 8시간씩 20일 일하면 150~300건의 위조상품을 적발할 수 있는데, 마크비전의 솔루션은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2000~3000건씩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크비전이 제공 중인 서비스는 '마크커머스'와 '마크콘텐츠'가 있다. 마크커머스는 위조 제품을 제거하기 위해 쓰이고 마크콘텐츠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감시한다. 적발 정확도는 99%에 달한다.

이 대표는 마크비전을 세계적 IP 솔루션 업체로 만들어가는 꿈을 그리고 있다. 본사를 LA로 옮긴 일도 이를 위한 복안이다.

그는 "'짝퉁'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푸는 게 매우 즐겁다"면서 "IP는 21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보호하고 관리·개발하는 게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재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에게 우리 기업들이 만든 가치를 지키는 기반을 닦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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