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성장가도를 달리던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코스맥스의 중국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곳곳이 셧다운되면서 소비가 줄자 30%에 이르던 중국 사업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뒷걸음질쳤다.

중국인 3명 중 1명 '코스맥스' 쓴다
주춤하던 코스맥스의 중국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이 작년 한 해 매출에 육박했다. 코스맥스가 중국에서 올해 생산한 화장품은 5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인 3명 중 1명꼴로 코스맥스가 생산한 화장품을 쓰는 셈이다. 온라인 브랜드를 고객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영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11일 코스맥스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공장인 코스맥스차이나가 지난달 생산한 화장품은 5000만 개를 넘어섰다. 200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맥스차이나는 2014년 월 생산량이 1000만 개를 처음 넘어섰고 2018년 3000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5400만 개를 생산했다. 광저우 공장 생산량까지 합치면 지난달에만 중국에서 화장품 6800만 개를 제조했다. 1분에 화장품 1541개를 생산한 셈이다. 올 3분기까지 두 공장의 누적 생산량이 4억500만 개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생산량은 5억 개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생산량 증가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상하이와 광저우 두 개 공장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461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4677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회사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경신과 함께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대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사업이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던 표면적 이유는 ‘보복소비’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억눌렸던 소비가 올 들어 분출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중국의 화장품 소매 판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 급증했다. 지난 8월부터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 대비한 주문이 늘면서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강과 피부 관리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킨케어 제품 수요가 늘었다”며 “에센스와 클렌저 같은 기초화장품 영업을 강화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체질 변화’다. 코스맥스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브랜드 생산 비중이 컸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에 공급하는 비중은 35%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기존 고객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고객 전략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퍼펙트 다이어리, 화시즈, 리틀 온딘 등 중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를 집중 공략했다. 그 덕분에 11월 현재 온라인 브랜드 고객사 비중은 70%로 늘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온라인 시장 특성을 감안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도 5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했다.

코스맥스는 현지 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 1위 화장품업체인 이센과 합작사를 세워 연간 4억 개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고 있다.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부회장은 “코스맥스차이나는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됐다”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코스맥스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