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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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단일 그래픽카드(GPU) 속도가 업계 1위 엔비디아보다 높은 슈퍼컴퓨터용 GPU를 내년 초 내놓겠다고 밝혔다. GPU 시장에서 독주하는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인텔은 GPU 신제품의 외주 생산 물량을 대만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인텔은 19일(한국 시간) 2021 아키텍처 데이에서 이런 GPU 개발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인텔은 20여년만에 외장 그래픽카드 시장에 참전하겠다고 했다. 게임과 인공지능(AI) 컴퓨팅 수요 증가로 GPU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날은 좀 더 구체적인 GPU 개발 상황을 공개했다.

인텔은 현재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용 GPU '폰테베키오'가 FP32 연산 기준 45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을 낸다고 밝혔다. 1Tflops는 1초에 1조번 연산을 할 수 있는 속도다.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용 GPU인 A100이 FP32 기준 약 20Tflops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텔 기술의 역작인 폰테베키오는 엑사스케일 컴퓨팅을 위한 높은 컴퓨팅 집적도와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폰테베키오는 내년 초 상용화될 예정이다. PC 게이밍용 GPU '아크'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최근 게임용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히 심하기 때문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면 공급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인텔의 생각이다.

다만 단일 속도만 갖고 인텔이 엔비디아보다 낫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Tflops도 FP32냐 FP64냐, 딥러닝에 특화된 제품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인텔과 엔비디아 GPU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에는 다량의 GPU가 다양한 소프트웨어(SW)와 함께 '시스템'으로 공급되고, 시스템의 완성도에선 엔비디아가 최고 수준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텔은 폰테베키오와 아크의 외주 생산 물량은 전부 TSMC에 주기로 했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 세계 1위다. 업계 2위 삼성전자는 제외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GPU 생산 물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어서 삼성전자에 크게 손해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텔은 자사의 x86 아키텍처 신기술도 소개했다. 고성능 프로레서와 저전력 프로세서가 함께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중앙처리장치(CPU)가 대표적이다. 이 방식은 코어의 활성화가 최적화돼 CPU가 탑재된 제품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인텔의 설명이다. 인텔은 PC용 하이브리드 코어 프로세서 '엘더레이크'를 올 4분기 출시할 계획이다.

갤싱어 CEO는 서버용 CPU 신제품에 대해서는 "역대 어느 제품보다 컴퓨팅 집적도와 메모리 대역폭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