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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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엔 애플을 넘어서 글로벌 2위에 올라설 예정이다. 또 이르면 2023년께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
루 웨이빙 샤오미 부사장이 올해 발표한 샤오미의 5개년 계획이다. 창업 초기 스스로를 '중국산 짝퉁 애플'로 표방하며 2010년 등장한 샤오미는 공언한 대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쳤다. 삼성전자까지 바짝 추격하며 1위 자리를 노릴 만큼 컸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점유율 17%로 애플(14%)을 추월해 2위로 올라섰다. 1위 삼성전자(19%)도 안심할 수 없는 추격세다.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 2위 자리에 오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들에게 "샤오미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2위로 오른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샤오미, 유럽에서 삼성 제쳤다...인도에선 1위 굳히기

이제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2분기 글로벌 점유율에선 삼성전자가 앞섰지만 격차가 2% 포인트로 좁혀졌다. 더구나 해외 시장 곳곳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앞서는 지표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샤오미는 삼성의 '텃밭'이던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30%가량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 수성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나 올해 2분기는 달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가 유럽 시장에서 25.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1% 급증한 1270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7% 감소한 출하량 1200만 대로 시장점유율 24.0%의 2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와 엎치락 뒤치락했던 인도 시장에서도 샤오미가 1위를 굳히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샤오미는 2분기 인도 시장 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 점유율 17.7%로 2위에 그쳤다. 1년 전(2020년 2분기 점유율)에는 샤오미가 28.5%, 삼성전자 25.7%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다.

자신감 오른 샤오미의 깜짝발표...삼성전자와 신경전?

기세가 오른 샤오미는 삼성전자를 의식한 듯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갤럭시Z폴드3를 발표하는 언팩(11일) 하루 전날 대규모 행사를 갑작스럽게 예고했다.

샤오미는 지난 4일 공식 웨이보(SNS)에 "10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생중계 이벤트를 연다"며 공지했다. 해당 공지에는 샤오미의 CEO인 레이쥔의 '가장 어려운 선택 10가지'가 공개될 것이라고만 했지만, 이 자리에서 샤오미의 대표 플래그십 '미믹스4'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부 IT 팁스터(정보유출자)를 중심으로 트위터에 샤오미 미믹스4가 10일 출시될 것이란 내용의 포스터도 올라오는 상황이다.

미믹스4는 2018년 출시된 미믹스3 이후 발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최초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UDC는 카메라 패널을 아래로 숨기는 기술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지 않을 때는 카메라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륙의 실수'라는 조롱 섞인 칭찬을 받던 샤오미가 고공 성장을 거듭한 끝에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마저 잡고 글로벌 스마트폰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