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제3자가 난입하면
망가진 정보만 얻어가게 돼
도·감청 의미 사라지는 셈

빅데이터 산업 급성장에
보안 서비스 수요 늘어
2027년 시장규모 14억弗

SKT·KT·LG유플러스
앞다퉈 양자암호 상용화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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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지 않는 방패’ 양자암호 상용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자체 통신망부터 스마트폰 단말기, 앱 등 개인용 서비스까지 양자암호 기술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금융, 의료데이터 보안과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등 융합형 사업이 부상하면서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새 보안 수요를 잡기 위해 공세를 높이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존 보안기술 위협
기존 통신 암호화 체계는 공개키암호화(PKC)를 주로 이용한다. 정보를 암호화할 때 쓰는 ‘공개키’와 암호를 풀 때 사용하는 ‘암호키’ 간 수학적인 쌍을 이루게 하는 방식이다. 통상 대칭암호화(AES)와 비대칭암호화(RSA)를 함께 사용한다.

그동안 두 방식만으로 통신 보안이 가능했다. AES 방식은 암호화 키 길이를 길게 설정하는 식으로, RSA 방식은 큰 자리 합성수를 쓰는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을 활용해 암호를 풀기 어렵게 할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공개키암호화 방식으로 이뤄지는 세계 전자상거래 소매 거래는 연간 3조달러(약 335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막대한 조합 연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공개키암호화 방식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위험에 처했다. 양자컴퓨터를 쓰면 이를 단숨에 깰 수 있어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양자컴퓨터가 확산되면 기존 보안 서비스의 쓸모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21세기에 1950년대 전산 시스템을 쓰겠다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자암호통신 시장 급성장 전망
"해커들의 천적을 찾아라" 통신 3사 '양자암호' 전쟁

이 때문에 나온 게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0값과 1값을 동시에 가지는 양자의 성격을 이용해 양자 상태의 광자(빛의 입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한다. 양자기술로 생성한 암호키가 오갈 때 제3자가 끼어들면 양자에 담긴 정보 자체가 바뀐다. 정보를 해독하더라도 제3자는 망가진 정보만 얻게 된다. 도·감청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보안업계에선 양자암호통신 시장이 향후 5~10년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데이터 보안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송유관, 지하철, 공장, 병원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이 잇따르면서 각국 주요 기업들이 보안 강화에 나선 것도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욜디벨롭먼트는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 규모가 2019년 1억2186만달러(약 1360억원)에서 2027년 14억577만달러(약 1조5695억원)로 8년간 12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BCC리서치는 2019~2024년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의 연간 성장률(CAGR)이 30.7%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3사, 양자보안 사업 늘려
통신사들은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사업을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이다. 2011년부터 양자보안 기술에 투자를 시작했고, 2018년엔 스위스 양자암호통신기업 아이디큐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양자암호통신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인 ‘퀀텀 VPN(가상사설망) 기술’을 개발했다. 보안성이 뛰어난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라우터, 스위치 등 기업용 인터넷 장비에 적용했다. 지난달엔 양자암호통신 시범 인프라 사업을 수주했다.

KT도 양자암호통신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지난 2월 KT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제안한 이종 양자키분배(QKD) 모델이 양자암호통신 관련 국내 표준으로 채택됐다.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구성장비 간 연동에 필요한 데이터 형식, 프로토콜을 제안해 명시된 표준이다. KT는 4월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양자암호통신을 구현하는 ‘양자 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했다. 송수신자가 암호키를 나눠 가지는 양자키분배 기술,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한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결합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키우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써도 풀기 어려운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작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고객전용망 광통신장비에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공공, 민간부문으로 양자암호기술 실증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충남도청과 공무원교육원 사이 137㎞ 구간에 양자내성암호 전용 회선을 구축하는 시범사업을 수주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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