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에게 해로운 자몽주스, 혈관 확장시켜 저혈압 부를 수도
한국인에게 ‘고혈압약’은 매우 친숙한 약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0대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이 만성질환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년 이상 달고 살아야 하는 약인 만큼 복잡한 복용 주의사항을 꾸준히 잘 지킨다는 게 여간 번거로울 겁니다. 가령 고혈압약을 먹은 뒤 2시간 안에 자몽주스를 마시는 건 금물입니다. 왜 하필 자몽주스일까요. 고혈압약 성분에 따른 주의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고혈압약 종류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어떤 성분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주의사항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환자에게 해로운 자몽주스, 혈관 확장시켜 저혈압 부를 수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푸로세미드’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이뇨작용제는 수분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낮추는 원리로 체내에서 작동합니다. 이뇨작용제의 경우 복용 시간은 저녁 늦지 않은 시간을 추천합니다. 장시간 계속되는 이뇨감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 이뇨작용제는 저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오렌지, 바나나, 건포도 등 과실류와 당근,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고혈압약 중에는 칼슘 이동 통로인 칼슘채널을 차단해 혈압을 낮춰주는 종류도 있습니다. 대표 성분으론 ‘암로디핀’ ‘딜티아젬’ 등이 있습니다. 심장세포막에 있는 칼슘채널을 차단해 혈관 지름을 넓혀 혈압을 낮추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칼슘채널 차단 성분을 사용한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라면 복용 후 2시간 내엔 자몽주스를 마시거나 자몽을 먹는 일을 삼가야 합니다. 자몽에는 칼슘채널 차단 작용을 증가시키는 성분이 있어 필요 이상으로 혈관이 확장돼 심할 경우 저혈압이 오거나 부종, 안면홍조 같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고혈압약의 주요 성분으론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 안지오Ⅱ 수용체 차단제 등이 있습니다. 두 성분 모두 혈압을 올리는 안지오텐신의 생성을 막거나 작용을 차단하는 원리로 몸의 혈압을 낮춥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는 마른기침, 안지오Ⅱ 수용체 차단제는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이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약은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약인 만큼 복용시간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약 먹는 시간을 놓쳤을 땐 보통 즉시 복용하면 되지만, 다음 복용시간이 가깝다면 다음 시간에 먹을 것을 권장합니다. 또 약 시간을 한 번 건너뛰었다고 해서 다음 복용 때 복용량을 절대로 늘리면 안 됩니다. 약 때를 놓쳤다고 해서 2회분을 한 번에 먹어선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자칫 저칼륨혈증, 부종, 마른기침, 소화불량 등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고지혈증이 고혈압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큼 고지혈증을 동반하는 고혈압 환자도 많습니다. 이 경우엔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더욱 커집니다. 최근엔 약 한 알로 혈압 및 지질(콜레스테롤 등)을 동시에 낮춰주는 복합제가 시판되고 있어 복용 편의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최근 한 가지 약물만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환자들을 위해 작용 방식이 다른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다양한 고혈압 복합제가 개발되어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 고혈압약을 올바르게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