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통한 우주 이탈 가설 중수소 비율 설명 못해
고대 화성 덮었던 물 "광물에도 상당량 붙잡혀 있어"
'붉은 행성' 화성은 수십억 년 전에는 강과 호수, 바다까지 갖춘 물이 풍부했던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물 한 방울 찾을 수 없는 곳이 돼버렸다.

그 많던 물이 모두 대기를 통해 우주로 빠져나간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약 30~99%가 지각의 광물에 갇혀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 따르면 두 기관의 연구팀은 화성의 물이 모두 대기를 통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상당량은 광물에 붙잡혀 있다는 연구 결과를 16일 개최된 제52차 달·행성 과학회의(LPSC)에서 발표했다.

이에 관한 논문은 같은 날 발행된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도 실렸다.

연구팀은 약 40억 년 전 초기 화성이 행성 전체를 100~1천500m 깊이의 바다로 덮을 수 있는, 대서양의 절반에 달하는 양의 물을 갖고 있었지만 10억 년 만에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선 연구들은 이 물들이 화성의 약한 중력으로 대기를 통해 우주로 빠져나간 것으로 제시했지만, Caltech 박사 후보 에바 쉘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것만으로는 사라진 물을 모두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봤다.

고대 화성 덮었던 물 "광물에도 상당량 붙잡혀 있어"
연구팀은 화성 탐사 로버와 궤도선 등이 수집한 각종 자료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 분석 등을 통해 액체 상태의 물은 물론 수증기와 얼음 등도 포함한 화성이 가졌던 모든 형태 물의 양 변화와 대기 및 지각의 화학적 구성 등을 들여다봤다.

특히 수소 대 중(重)수소(deuterium)의 비율에 초점을 맞췄다.

물 분자(H₂O)는 수소(H) 원자 두 개와 산소(O) 원자 하나가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수소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원자핵에 양성자 1개를 가진 형태지만 극히 일부(약 0.02%)는 양성자 1개에다 중성자 1개를 더 가진 중수소 형태로 존재한다.

경수소(protium)로도 불리는 일반 수소는 중수소보다 가벼워 상층 대기에서 우주로 빠져나가기 쉬운데, 높은 중수소 비율로 물이 대기를 빠져나간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화성의 물이 모두 대기를 통해 우주로 빠져나갔다는 가설은 대기에서 측정된 중수소 비율과 화성이 갖고 있던 많은 양의 물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기를 통한 이탈에다 지각의 광물에 잡힌 물까지 합하면 대기의 중수소 비율이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암석이 물을 만나면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물을 함유한 점토나 기타 수화 광물을 형성하는데, 이런 과정은 지구와 화성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지각변동이 활발해 판 경계에서 오래된 지각은 맨틀로 떨어지고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면서 화산활동을 통해 물과 기타 분자들이 대기로 분출돼 순환이 이뤄지지만, 지각 활동이 거의 없는 화성에서는 광물에 갇힌 물은 영원히 붙잡혀 있게 되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대 화성 덮었던 물 "광물에도 상당량 붙잡혀 있어"
논문 공동 저자인 Caltech 행성학 교수 베다니 에흘만 박사는 "대기를 통한 이탈이 화성의 물이 사라지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10년간 화성 탐사를 통해 밝혀진 자료들은 고대 수화 광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물을 가져가 가둬두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쉘러는 "대기를 통한 물의 증발은 화성에 있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물의 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화성의 물은 상당히 일찍 (광물에) 격리됐으며 이후 다시는 순환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난 2월 화성에 도착해 본격적인 탐사 채비를 갖추고 있는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의 지각 탐사 결과와 화성 풍화작용 모의실험 등을 통해 화성 표면의 물이 지각으로 사라진 과정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