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본사, 데이터센터 등 핵심 사업 공간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글로벌 사업 확대다. 하지만 업계에선 ‘규제 리스크 회피’라는 포석도 녹아 있다는 얘기가 회자된다. 툭하면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것도 이런 흐름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네이버는 해외 여러 지역에 거점을 두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독일 미국 등 다양하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이유는 “데이터 소실 위험을 분산하고, 멀리 있는 지역과 근접한 데이터센터를 세워 접근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IT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받아놓은 정보는 물론 네이버의 방대한 사업 정보까지 담겨 있는 데이터센터는 언제든 정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고, 규제로 사업 제한이 생길 여지도 있다”며 “언제나 정부의 견제를 받았던 네이버가 데이터 안전성과 위험 회피라는 다목적 용도로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중에는 본사를 해외로 옮기거나 아예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흔해지고 있다. 직장 기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팀블라인드는 창업 2년 만에 본사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브랜드 역직구 서비스 멤버쉽컴퍼니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규제 그물’이 촘촘한 금융 분야 스타트업들이 유독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보안·핀테크 스타트업 센스톤은 한국 회사지만 영국에 본사를 세웠다. 핀테크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 허가를 받고 인도에서 대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구민기/이지훈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