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산업찾기] 희귀질환의 라이징 스타, 4세대 유전자 가위 ‘베이스 에디터’
3세대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 제니퍼 다우드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가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며, 유전자가위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뜨거워졌습니다. 현재 과학계는 3세대를 지나 조금 더 정교해진 4세대 유전자가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4세대 유전자가 위인 ‘베이스 에디터’를 이용해 일찍 노화현상이 일어나는 질병인 ‘허친슨-길포드 조로증(이하 조로 증)’을 치료했다는 논문이 게재됐습니다. 베이스 에디터는 2016년 데이비드 리우 미국 브로드연구소 교수가 개발한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 기존 크리스퍼-카스9(이하 크리스퍼)의 한계를 보완한 기술이죠.

크리스퍼는 특정한 DNA의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낸 뒤 원하는 DNA 조각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편집이 이뤄집니다. 잘라내는 과정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새로 넣어준 DNA 조각이 제자리에 들어갈 확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하는 DNA가 삽입되기까지 성공률이 10% 이하라고 합니다. 또 DNA를 잘라내는 과정에서 유전체 구조가 변하거나 염색체가 대량 결실되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고요.

하나의 염기만 콕 집어 바꾸는 ‘베이스 에디터’

이런 배경에서 개발된 베이스 에디터는 DNA 일부가 아니라 DNA를 이루는 염기 하나 하나를 바꿀 수 있는 기술입니다. DNA를 이루는 건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입니다. 베이스 에디터는 ‘아데닌(A) → 구아닌(G)’, ‘ 시토신(C) → 티민(T)’으로 치환해주는 기술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토신의 구조는 유라실(U)과 매우 유사합니다. 유라실은 RNA를 이루는 염기입니다. RNA는 A, C, G, U로 구성되죠. 시토신에서 아미노기(-NH3)를 떼면 유라실이 되는데요,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 ‘수선 시스템’은 이를 바로 알아차립니다. ‘DNA에 유라실이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죠. 수선 시스템은 유라실을 재빨리 티민(T)으로 바꿔줍니다. 결과적으로 시토신이 티민으로 바뀌게 되죠. 아데닌도 같은 원리로 구아닌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 에디터는 크리스퍼에서 카스9 단백질의 절단 능력을 없애고, 시티딘 혹은 아데닌 탈아미노화 효소를 연결해 제작합니다. 2017년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베이스 에디터를 이용한 염기 교정 효율이 최대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염기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15세에 사망하는 조로증 발병

지난 1월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리우 교수팀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연구 논문입니다. 연구진이 쥐 동물모델에서 치료에 성공했다는 조로증은 베이스 에디터가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조로증은 유전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성장 장애, 피부 이상, 청력 상실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매우 드문 희귀질환이라 여태껏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이 유전질환은 라민A라고 불리는 단백질 정보를 가진 두 가닥의 DNA 중 한 가닥에서 염기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나타납니다. 딱 하나의 시토신 염기가 티민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죠. 티민으로 바뀐 DNA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으로 전사가 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초기의 mRNA는 엑손과 인트론이라는 부위가 서로 교차되며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필요한 엑손만을 조합해 성숙한 mRNA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스플라이싱’이라고 부르죠. 시토신 돌연변이가 일어난 라민A의 mRNA는 스플라이싱 과정에서 ‘엑손11’의 일부가 잘려 버립니다. 엑손11에 결실이 일어난 mRNA는 라민A 대신 ‘프로게린’이라는 문제의 단백질을 생산하게 됩니다. 라민A는 세포핵막 안쪽의 골격을 구성하는데, 프로게린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 세포핵의 구조가 불안정해집니다. 결국 세포 분열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노화가 오는 것이죠.
[과학에서 산업찾기] 희귀질환의 라이징 스타, 4세대 유전자 가위 ‘베이스 에디터’
유전자 교정, 약물 치료 대체할 수 있을까

리우 교수팀은 상보적으로 결합한 C·G(정상) 쌍이 T·A(조로증) 쌍으로 변화한 쥐 동물모델에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를 삽입했습니다. 그 결과 최대 91%까지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교정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mRNA의 잘못된 스플라이싱도 완화됐고, 프로게린의 양이 감소됐습니다. 쥐의 수명은 평균 215일에서 510일로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베이스 에디터의 한계점으로 꼽히던 ‘오프타깃’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베이스 에디터가 등장했을 당시 시토신·아데닌 베이스 에디터가 표적하는 염기 이외에 다른 위치에 있는 염기까지 모두 치환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네이처>에서는 이번 연구에 대해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직접 해결하기 때문에 현재의 약물 기반 치료에 비해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구가 좀 더 쌓이게 된다면 (베이스 에디터를 이용한) 이런 접근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학에서 산업찾기] 희귀질환의 라이징 스타, 4세대 유전자 가위 ‘베이스 에디터’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