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쥔 샤오미 CEO가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미11' 패키지 박스/사진=웨이보 캡쳐
레이쥔 샤오미 CEO가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미11' 패키지 박스/사진=웨이보 캡쳐
애플이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아이폰12' 패키지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하자 글로벌 제조사 사이에서 신제품에서 충전기를 빼려는 '나비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본인의 웨이보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미(Mi) 11'에는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며 "이미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개의 충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11은 샤오미가 내년 초 정식 출시하는 상반기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이다. 샤오미가 이날 공개한 미11 패키지 박스는 전작 대비 부피가 3분의 1 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샤오미의 충전기 제외 결정이 다소 의외란 반응이다. 앞서 샤오미는 지난 10월 애플이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제외한 아이폰12를 출시할 당시 애플의 결정을 조롱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10월 14일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샤오미는 상자(구성품)에서 아무것도 제외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샤오미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업체 역시 신제품에 충전기를 포함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새해 출시 예정인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충전기를 제외하는 방안이 예견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샤오미처럼 아이폰12 출시 이후 SNS를 통해 아이폰12의 '충전기 제외' 공세에 나섰지만, 다음달 출시되는 갤럭시S21부턴 구성품에서 충전기는 물론 유선 이어폰까지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과 이어폰 등 구성품이 빠진 아이폰12 박스. 두께가 얇다/사진제공=애플
케이블과 이어폰 등 구성품이 빠진 아이폰12 박스. 두께가 얇다/사진제공=애플
화웨이도 신제품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화웨이는 이달 중순 자사 무선 헤드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선 헤드폰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 케이블 제외하는 것이 구매 여부에 미치는 영향과 충전 케이블이 빠질 경우 소비자들의 희망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무선 헤드폰을 대상으로만 이뤄졌지만 애플에 이어 샤오미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스마트폰에서 충전기를 제외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화웨이 역시 충전기 제외 제품군을 확대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조사들이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 등을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하는 표면적 이유는 환경 보호다. 애플은 지난 10월 아이폰12 공개행사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 제외를 두고 "패키지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연간 200만t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12 뿐만 아니라 기존 출시된 제품과 향후 출시될 신제품에도 충전기를 동봉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업계는 원가 절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업계에선 통상 제조사에 납품되는 충전기의 단가가 3달러 안팎으로 보는데, 매해 삼성전자가 3억대, 애플이 2억대 가량을 생산한다고 추정하면 충전기 제외만으로 각각 9억달러, 6억달러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 부피 감소에 따라 줄어드는 부자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가절감 요소는 더 커진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