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8년 151억원 → 2019년 1,100억원 → 2020년 4,000억원’

여성 의류 쇼핑앱 에이블리(대표 강석훈)의 거래액이다.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세다. 유명한 신선 식품 배달 앱이나 금융 앱 보다도 성장속도가 훨씬 빠르다. 한경 CMO 인사이트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그 비결을 분석했다.

상황 1 짧은 시간 내에 웹에서 앱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
도전 1 신 사업의 가능성을 신속하게 검증할 방법 찾아내

2017년 10월. 강석훈 대표는 경영진 회의를 열어 여성 의류 쇼핑앱을 새로운 사업으로 제안했다. 당시까지 2년 넘게 운영해 오던 ‘반할라’라는 인터넷 여성 의류 쇼핑몰 사업이 지지부진해 돌파구가 필요했다.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기회가 있는 건 분명했다.

강 대표는 이용자가 매번 검색사이트 등에서 찾아서 접속해야 하고 PC 환경에 최적화돼 있는 ‘웹’보다는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모바일 앱’이 중심 유통 경로가 되고, ‘1인 마켓’들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C2C가 대세가 될 거라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앱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강 대표는 우선 껍데기만 앱으로 만들고 속은 개발 속도가 빠른 웹으로 만들자고 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 수십 명에게 반할라 제품을 협찬해 그들의 상품 소개를 이용함으로써 여러 판매자가 모여 있는 C2C 커머스 컨셉을 연출했다.

강 대표는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가설)을 최대한 빠르게 검증할 방법을 찾아내 성공했다”며 “에이블리에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신속하게 검증하는 방식이 ‘신사업 코드’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 2 자사 쇼핑앱에 더 많은 셀러(판매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
도전 2 쇼핑 플랫폼 부문 최초로 ‘수수료 0%’ 조건 단행

C2C 커머스를 위해 많은 셀러(판매자)를 모아야 했다. 우선 에이블리 구성원들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바이럴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에이블리를 통한 1인 창업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올려 셀러를 끌어모았다.

바이럴 마케팅만으론 부족했다. ‘셀러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판단으로 ‘수수료 0%’로 에이블리에 입점할 수 있는 오픈마켓 솔루션 ‘에이블리 셀러스’를 전격 실행했다. 경쟁업체들이 10~30% 수수료를 받는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강 대표는 “10~30% 수수료는 셀러가 통상적으로 얻는 마진의 거의 전부인데 그걸 빼고 나면 셀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며 “셀러가 성공해야 에이블리 같은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수료 0%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라는 창업 솔루션도 선보였다. 제품 발주, 사입, 배송, 고객응대, 결제 플랫폼, 판매, 광고까지 전반적인 마켓 운영을 에이블리가 맡아서 도와준다. 에이블리를 통하면 클릭 몇 번만으로 자기 마켓을 창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에이블리의 셀러는 1만2,000여명이다. 경쟁 의류 쇼핑앱들에 비해 3~4배 많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상황 3 자사 쇼핑앱 이용하는 MZ세대를 알아야 하는 상황
도전 3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채널별 특징 활용

다른 기업들처럼 에이블리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요한 고객이다. 강 대표는 “MZ세대는 개성과 자아존중감이 강해 그들을 하나로 묶을 트렌드가 없다”며 “에이블리는 ‘MZ세대를 예측하려 하지 말고 MZ세대의 반응을 지켜보고 빨리 대응하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반응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한다. SNS 채널별로 특징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인스타그램이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패션 콘텐츠를 굉장히 좋아한다. 에이블리가 올린 팬션 콘텐츠에 대한 좋아요와 댓글로 고객 반응을 체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인스타그램에서 홈웨어 선호가 20대 중후반에서 시작해 10대로 확대되는 걸 포착하고 이를 즉시 상품 라인업에 반영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유튜브는 매우 중요한 채널이지만 3~10분 짜리 영상을 공들여 만들어야 해서 제작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는 기획부터 신중하게 한다. 유튜브 내에서의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바뀌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까지 에이블리의 SNS 마케팅에서 유튜브 비중이 50~60%였지만 이제는 20% 미만이다.

틱톡은 10대 대상 바이럴 마케팅에 효과적이다. 유튜브 보다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 틱톡 세대용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 고객 반응을 살펴본다. 인터넷 검색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20대 후반~30대 중반 고객의 반응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체크한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다른 사람과 콘텐츠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재미와 흥미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해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에이블리의 ‘수수료 0%’ 전략은 비즈니스에서 ‘일탈사례’에 해당한다. 일탈사례는 대다수 기업들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셀러가 살아야 우리(에이블리)가 산다’는 판단으로 결행한 이 전략이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많은 셀러를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강석훈 대표는 “준비가 잘 된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마케팅이지, ‘설득’하는 건 마케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수료 0%’ 전략에서 ‘설득’은 굳이 필요없을 것 같다.

‘MZ세대 알기’가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숙제인 시대다. 에이블리는 MZ세대를 대상으로 SNS 채널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등 5개 채널에 마케팅 콘텐츠를 올려 고객 반응을 살펴본다. 이와 별도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를 분기 단위로 실시한다. 전자가 정량 조사라면, 후자는 정성 조사다. 정성 조사에서 10대 후반 고객들은 “에이블리에 부족한 영역이 없다”고 응답했지만 20대 중후반 고객들은 “살 게 없다”고 반응했다. 에이블리는 즉시 20대 중후반 고객을 위한 상품 라인업을 보강했다. 이런 성과가 있어서 에이블리 마케팅 책임자인 서황록 실장은 “우리 회사 앱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데 있어 마케팅이 출발점”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