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G 질주…美버라이즌과 8조 규모 5G 장비 계약 [종합]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5세대 통신(5G)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5G 통신장비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5G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종속회사인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7일 공시했다. 이 계약은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하게 된다.

인프라 성격이 강한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규모가 크고 기업 간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번 계약은 향후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미국 4대 통신사 중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3개사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5G 통신장비 글로벌 선두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이미 지난 6월부터 버라이즌의 새 통신장비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함께 노키아, 에릭슨이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대규모 계약을 통해 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집계한 지난 1분기(1~3월)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3.2%로 4위에 올랐다. 이 기간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4.6%, 15.8%로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5G 통신장비 사업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으면서 본격적인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사업장에 있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는 등 5G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미리 수요를 파악하고 5G 통신장비 생산량을 늘려놓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