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서 맞는 주사를 집에서 놓을 수 있게 바꿔주는 피하주사(SC) 제형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가서 맞아야 하는 불편을 줄여주는 데다 투약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이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뒤 15년간 7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낸 미국 할로자임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알테오젠의 기술수출 기대도 높다.

"집에서 5분이면 투약 완료"…뜨거워지는 SC제형 개발 경쟁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지난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할로자임의 기술을 활용한 다발성골수종 피하주사제 ‘다잘렉스SC’에 대한 신약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얀센이 SC 제형의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에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만 개발에 성공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분해효소다. 이 물질을 활용하면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바꿀 수 있다. 할로자임은 이 기술로 매년 3000억원의 기술료를 받고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후보물질별로 기술이전을 할 수 있다.

알테오젠이 2018년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는 할로자임의 물질보다 열 안전성이 우수해 약물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길다.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낮아 약효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와 ALT-B4의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비밀유지 계약 때문에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고 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2월 한 다국적 제약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면서 ALT-B4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지속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피하주사제 개발을 확대하는 추세다. 정맥주사보다 사용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정맥주사는 환자가 2~3주마다 병원에 가서 2시간 이상 맞아야 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환자가 직접 자기 피부에 5분간 주사를 놓으면 된다.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경쟁사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다. 항체치료제 등의 특허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허셉틴의 피하주사제를 2013년 개발했다. 2014년엔 리툭산 피하주사제도 내놨다. 기존 정맥주사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면역항암제 옵디보를 출시한 BMS는 2017년 할로자임에서 물질을 도입해 옵디보SC를 개발하고 있다. 같은 계열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판매하는 MSD도 SC 제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