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中업체도 중저가 보급형폰 '심혈'
실제 판매량 좌우하는 건 플래그십 아닌 보급형폰
보급형 폰에도 수준급 기능 탑재되며 소비자 호응↑
사진=미국 애플 스토어 캡처

사진=미국 애플 스토어 캡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보급형 폰 경쟁에 불이 붙었다. 관심사는 플래그십(전략) 모델에 집중되지만 실제 판매량을 좌우하는 건 보급형 폰이란 계산에서다. 그간 프리미엄(고가)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까지 4년 만에 보급형 아이폰을 출시하며 중저가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며 생산 차질을 넘어 수요 위축으로 확산된 영향도 컸다. 제조사들은 저렴한 제조비용과 함께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급형 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조사간 경쟁에 불이 붙으며 보급형 폰에도 플래그십 못지 않은 기능이 장착되자 소비자 수요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6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첫 스마트폰으로 보급형 모델을 택했다. 제품 명칭은 전작 보급형 폰 명칭과 동일한 '아이폰SE'. 가격 50만원대로 출시가 임박했다.

사실상 아이폰 전량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탓에 지난 2월만 해도 아이폰SE는 코로나19 여파로 출시일이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당초 계획한 일정과 큰 차이 없이 아이폰SE를 출시하는 건 올해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애플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다 전세계 애플 스토어 영업 중단까지 겹쳐 큰 부진을 겪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월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당초 설정한 1분기 매출 목표 630억~670억 달러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도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 강화로 승부수를 던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플래그십 '갤럭시S20'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은 전작 '갤럭시S10'의 70% 내외로 추정된다.
갤럭시A31/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A31/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달에만 갤럭시A 시리즈 3종(A11·A41·A31)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업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형폰 '갤럭시A51'과 '갤럭시A71'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M21과 M31을 출시하는 등 또다른 보급형 라인업인 갤럭시M 시리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올 들어 '하이엔드화'를 선언하며 기어를 바꿔놓은 중국 제조업체들도 종전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별도 저가 서브 브랜드를 운영하며 시장점유율도 잡는 투트랙 전략을 택하고 있다. 화웨이는 '아너', 샤오미는 '레드미', 오보는 '리얼미' 등 서브 브랜드를 통해 20만~30만원대 저가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체질개선에 나선 LG전자 역시 지난달 30만원대 'Q51'을 국내 출시하고 인도에 10만원대 'W10 알파'를 선보였다. 2분기엔 30만원대 K시리즈(K61·K51S·K41S)를 중남미 등에 출시한다.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레드미 (홍미) 노트7'/사진=샤오미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레드미 (홍미) 노트7'/사진=샤오미

이러한 '보급형 폰 전성시대'는 제조사 수익성 개선과 양질의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제조사의 '실속'을 좌지우지하는 건 플래그십이 아닌 보급형 폰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 순위를 조사한 결과, 프리미엄 폰(아이폰)만 판매한 애플을 제외하면 상위 10위권에는 갤럭시A·J 모델들과 샤오미 레드미 '노트7'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애플을 제외하면 각 사 플래그십은 순위권에 전무했다.

보급형 폰은 대체로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조된다. 애플 역시 이미 아이폰을 중국 등에서 ODM으로 100% 생산하고 있다. 삼성·LG전자 역시 ODM과 합작개발생산(JDM)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DM 비중을 공개할 순 없지만 과거에 비해 늘려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LG전자 역시 연내 ODM·JDM 물량을 5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품질이 확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제조사들은 보급형 폰에서도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에 플래그십에 탑재되는 최신 기능을 넣었다. 가장 최근 공개된 갤럭시A31은 후면에 4800만 화소 메인카메라를 비롯해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했다. 인도에 출시된 갤럭시M31도 6000mAh(밀리암페어시) 초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조만간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갤럭시 A71'은 업계 최초로 5G를 지원하는 보급형 폰이다. 국내에 출시하는 대다수 기종은 '삼성페이'도 탑재된다.
LG 'Q51'/사진제공=LG전자

LG 'Q51'/사진제공=LG전자

애플이 선보이는 50만원대 아이폰SE 역시 '아이폰11 프로'에 탑재된 최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3 바이오닉칩'을 탑재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SE로 '14억 시장' 인도에서 점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 인도 시장은 중저가 보급형 폰이 대세로 샤오미와 삼성전자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LG전자도 30만원대 Q51에 왠만한 플래그십 화면 크기와 비슷한 6.5인치 디스플레이를 넣었고, K시리즈에는 쿼드(4개) 카메라를 탑재한다. 덕분에 소비자 호응도 좋은 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Q51은 LG 전작 Q시리즈에 비해 판매량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보급형 시장 경쟁은 올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업계가 유례없는 '쇼크'를 맞으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4% 줄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점유율 21.9%를 차지하며 1위를 고수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갤럭시A·M으로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중국 의존도 탓에 판매량이 대폭 하락한 애플(14.4%)과 화웨이(13.2%) 등도 보급형 폰을 비롯한 신제품 출시로 삼성전추격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스마트폰은 다른 IT(정보기술) 기기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더 큰 만큼 수요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폰 수요가 점차 중저가 폰으로 이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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