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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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불량한데, 단말기는 잘 만들었네."
"달릴 차는 마련됐는데 도로가 부실한 격."


5G(5세대) 상용화에 대한 전반적 평가가 불안한 '5G 통신'과 괜찮은 '5G 스마트폰'으로 갈린 모양새다. 미흡한 5G 통신이 최신 사양의 스마트폰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전락시켰다는 혹평도 나온다. 5G 안 되는 5G폰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갤S10 5G) 초반 판매는 일단 성공적이다. 갤S10 5G는 5일 일반 개통을 시작한 후 첫 주말간 10만대 가량이 개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성은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처지다. 5G 개통 이후 이통사의 '데이터 제한 꼼수'와 5G '신호 불통' 논란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KT, LG유플러스 등 일부 이통사들이 '데이터 완전 무제한'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용량에 따른 데이터 제한 조항을 포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쪽짜리 5G'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지국 설치 부족 등으로 사용자들이 초고속·초저지연의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5G 서비스가 4G(LTE)로 전환되는 사례도 흔할 정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삼성전자는 머쓱해졌다. 5G 전용 스마트폰을 팔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4G때와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다. 다른면에선 애가 탄다. 5G에 대한 불신이 행여 5G폰 불매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웃돈을 주면서 4G와 다를바 없는 5G폰을 살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열흘 뒤 'V50 씽큐' 출시를 앞둔 LG전자는 5G 환경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5G 단말기 출고가를 최소화하고 구매 혜택은 극대화했지만,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불안하다. 특히 LG전자는 5G를 통해 적자 탈출을 노리고 있어 현 상황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G폰은 중요한 시장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5G폰과 폴더블폰 등 새로운 기회에 적극 대응해 2~3년 뒤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8일 열린 5G 테크 콘서트에 참석한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8일 열린 5G 테크 콘서트에 참석한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제조사나 이통사 모두를 위해 하루 빨리 5G 통신이 정상화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차차 나아질 순 있어도 당장 달라지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이통3사는 5G 초반 개통에 적지 않은 돈을 퍼붓고 있다. 판매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 더해 불법보조금까지 뿌리면서 5G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 과태료를 물더라도 5G 고객 확보부터 해놓겠다는 심산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5G 이용 고객은 늘 수 있겠지만 동시에 속도와 서비스 범위에 대한 불만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개선되지 않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가 늘어나니 당연한 일 아닌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5G 통신망 확대에 투자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서 5G는 고속도로로 비견될 수 있다"고 했다. 고속도로가 우리 경제의 대동맥이 돼줬듯, 5G 이동통신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란 의미다. 자동차는 뻥 뚫린 고속도로 위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 5G폰도 제대로 구축된 5G망에서 제 가치를 하기 마련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