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인재 절벽…비상등 켜진 IT코리아
(2) 스타트업, 개발자 인력난 '설상가상'

CEO들 "영혼까지 팔겠다"
개발자 없으면 VC도 '지갑' 닫아…한두달 내 '대타' 찾기도 힘들어
능력 있는 개발자 붙잡으려, 일부 창업자 "내 월급 두배 제시"

재택근무 등 업무환경 개선
여기어때, 주 35시간으로 '환심'
해외 사업 많은 기업은 아예 베트남·캄보디아서 인력 아웃소싱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확보를 위해 근무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마 원형극장과 비슷한 계단형 강의 공간을 조성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스타트업들은 개발자 확보를 위해 근무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마 원형극장과 비슷한 계단형 강의 공간을 조성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올해 초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던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A사.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악몽’에 시달렸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했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갑작스럽게 카카오로 이직하면서 진행하고 있던 사업이 모두 ‘올스톱’됐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던 다른 개발자가 밤을 새우며 부족한 부분을 메웠음에도 사업 일정이 한 달 넘게 미뤄졌다.

호환보다 무서운 개발자의 이직 선언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에게 호환(虎患), 마마보다 무서운 것이 핵심 개발자의 이직 선언이다. 단기간에 대체인력을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 탓이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 핵심 개발자가 이탈해 사업을 중단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시장은 공급자가 ‘갑’이다. 역량을 갖춘 개발자 대부분을 대기업이 훑어간 결과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란 얘기다. 어렵사리 개발자를 뽑아도 끝이 아니다. 이들은 회사가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사표를 던진다.

국민대에서 창업지원단 멘토를 맡고 있는 김성일 교수는 “늦은 시간에 다급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전화는 십중팔구 ‘개발자 좀 소개해달라’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요청”이라면서도 “사정은 딱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은 달리니 스타트업 개발자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4년제 공과대 졸업자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면 중견기업 수준의 연봉은 보장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업체 B사의 창업자는 “핵심 개발자에게 내 월급의 두 배를 주고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아낌없이 풀고 있다”고 털어놨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개발자 확보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아무리 사업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를 사업으로 구현할 개발자들이 없으면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기관)나 벤처캐피털(VC)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은행권 액셀러레이터인 디캠프의 장신희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투자 기업을 선별하는 면접 자리에서 나중에 개발자를 구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말하면 100% 탈락”이라고 귀띔했다. 이재윤 아주IB투자 투자팀장도 “창업자나 공동창업자가 개발자인 곳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인건비 싼 베트남으로

스타트업은 개발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해외송금 업체 소다크루는 구인광고에 ‘재택근무 허용’이란 문구를 넣은 뒤 입맛에 맞는 개발자 두 명을 뽑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혹사’ 이미지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출퇴근이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마련한 게 먹혀들었다.

이윤세 소다크루 대표는 “개발자는 정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다”며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점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기업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가 플랫폼 ‘여기어때’로 유명한 위드이노베이션의 개발자들은 1주일에 35시간만 일한다.

해외 사업이 많은 기업들은 아예 인건비가 싼 지역에서 개발자 조직을 운영한다.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개발자 아웃소싱의 새로운 메카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웹캐시는 캄보디아의 ‘터줏대감’이다. 2013년 캄보디아에 교육센터를 세운 뒤 꾸준히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현지 사업에 필요한 개발자 중 상당수를 이곳에서 배출한 인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베트남을 선호한다. 비용을 낮춰야 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국내 개발자를 베트남으로 파견해 현지 개발자들로 팀을 꾸린다. 한 SI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의 B급 개발자들 급여가 월 100만원을 밑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발자=대졸’ 공식도 무너졌다. 고등학교 졸업장뿐인 지원자라도 실력만 있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핀테크 업체 레이니스트의 개발자 중 두 명은 직업학교인 마이스터고 졸업생이다.

송형석/김남영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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