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생소한 직업이다. 대다수 문과 출신은 한참 설명을 들어도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처우를 받는지도 아리송하다. 억대 연봉을 줘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뉴스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혹사를 당한다는 뉴스가 동시에 나온다.

AI·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S급 인재 연봉은 '부르는 게 값'
개발자보다 친숙한 말은 프로그래머다. 미국에선 두 용어를 혼용하지만 국내에선 ‘개발자’를 고집할 때가 많다. 프로그래머란 말이 2000년대 초반 처우가 열악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급증하고 개발자가 귀해지면서 프로그래머란 용어가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개발자를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 건물이다. 지반이 어떤지에 따라 건축방식이 달라지듯 웹과 앱을 개발하는 방법도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제각각이다.

석·박사급 개발자는 특수 자재 전문가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처럼 아무나 개발하기 힘든 남다른 건축자재를 만드는 일을 한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3만70명이다.

업계에선 암암리에 개발자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앞다퉈 입도선매하는 천재급 개발자는 S급으로 본다. 이들의 연봉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국내 명문 공대를 졸업한 석·박사급들은 대부분 A급으로 분류된다. 이들 대부분이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한다. A급 중에도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

석·박사 학위가 없거나 전문지식이 다소 부족한 개발자가 B급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에 골고루 퍼져 있는 개발자 대부분이 이 등급으로 분류된다. C급은 프로그래밍 과정을 막 수료한 보조인력이다. 이들은 아예 다른 세상에서 산다. 월급이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S급은 아예 씨가 말랐고 A급도 상당히 부족하다. B급은 구하려면 구할 수 있고 C급은 남아돈다.” 해외송금 스타트업 센트비의 박청호 CTO(기술이사)는 개발자 채용시장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