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가 도대체 뭐야?
요즘 정보기술(IT)업계 소식을 다루는 기사에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카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카카오 계열사의 이름은 ‘카카오모빌리티’이고, 타다(사진)나 풀러스 같은 승차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자신들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유행어처럼 퍼진 모빌리티, 무슨 뜻이고 왜 쓰는 걸까.

영한사전에서 모빌리티를 찾으면 ‘이동성’이라는 해석이 적혀 있다. 스타트업업계에선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폭넓게 아우르는 용어로 통한다. 사실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모빌리티라는 단어는 ‘이동수단’이나 ‘교통’으로 바꿔도 뜻이 다 통한다.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일부러 어려운 외래어를 쓴다는 느낌이랄까.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는 굳이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핵심은 전통적인 교통 수단에 IT를 결합해 효율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겁니다. 새로운 개념을 적확하게 담아내는 용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말도 일리는 있다.

지난 몇 년 새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는 상당수가 모빌리티업종에서 탄생했다.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등은 차량호출 서비스로 출발해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쇼핑, 금융, 콘텐츠사업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중교통이나 차로(車路)로 닿기 힘든 단거리 이동을 보완하는 이동 수단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버드, 라임 등의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나 중국의 오포, 모바이크 등이 주도한 공유자전거 사업이 대표 사례다.

모빌리티산업의 ‘꽃’은 자율주행차라고 할 수 있다. 구글, IBM 같은 IT 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닛산 등 완성차업체들도 대거 뛰어들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국은 존재감이 없다. 모빌리티 사업의 ‘초급 단계’인 카풀 사업조차 까다로운 규제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달러(약 33조원)에서 2030년 1조5000억달러(약 168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