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죠.”

서울 합정동 와이랩스튜디오에서 최근 만난 심준경 와이랩 대표(사진)는 잘나가는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웹툰 제작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심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에서 벤처투자가로 일하다가 2016년 와이랩에 합류했다. 심 대표가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창업자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윤인완 작가가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있다.

와이랩은 국내 최대 규모의 웹툰 제작사다. 40여 명의 유명 웹툰 작가가 와이랩 이름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신암행어사, 테러맨, 신석기녀, 부활남, 아일랜드, 삼국지톡 등 네이버웹툰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작들이 와이랩 작품이다.

심 대표는 와이랩의 새로운 시도이자 핵심 콘텐츠로 ‘슈퍼스트링’을 꼽았다. 슈퍼스트링은 태양계에 원인 불명의 이상이 생겨 멸망 직전의 위기에 몰린 지구에서 인류를 구출하는 이야기다. 테러맨의 주인공과 신암행어사의 김문수 등 와이랩의 인기 캐릭터들이 이 세계에 함께 등장한다. 웹툰계의 ‘마블 유니버스’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한국에서도 마블처럼 ‘콘텐츠 유니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실력 좋은 작가들이 포진해 있고 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시스템을 갖춘 와이랩에서만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슈퍼스트링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달 슈퍼스트링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부활남, 아일랜드 등 인기작의 영상화도 준비하고 있다. 와이랩은 IP의 사업화를 인정받아 총 12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콘텐츠산업의 미래는 IP에 있다”며 “웹툰은 연재가 끝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IP화돼 계속 살아 숨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 속도도 높이고 있다. 네이버웹툰 플랫폼을 통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북미권에서 와이랩 작품을 연재 중이고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도 작품이 올라갔다. 심 대표는 “일본 법인에서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며 “세계 웹툰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