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07년 아이폰 시대를 연 이후 가장 어두운 날을 맞았다.”

애플 주가가 3일(현지시간) 9.96% 폭락하자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대니얼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미국 상장사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겼던 애플이다. 최근 1개월 동안 주가 급락에 따라 시가총액이 30% 이상 줄어들어 시장에선 ‘애플 쇼크’로 받아들인다.

혁신의 부재가 위기 불렀다…"애플, 노키아 전철 밟을 수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이를 확인했다. 지난 2일 뉴욕증시 마감 뒤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다. 그는 애플의 1분기(지난해 10~12월) 매출 추정치를 종전의 890억~930억달러(약 99조9000억~104조4000억원)에서 5~9% 줄어든 840억달러(약 94조3000억원)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쿡 CEO는 1차적인 부진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과 이로 인한 중국시장 내 부진을 꼽았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서한 말미에 덧붙인 내부적 요인이다. 그는 “아이폰 새 모델의 업그레이드가 애초 기대만큼 강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아이폰XS·XS맥스와 아이폰XR 등 신제품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얘기다. 애플은 이례적으로 보상판매를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신제품 가격이 1000달러를 웃돌아 기존 사용자의 교체수요를 흡수하기 쉽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혁신의 부재’를 꼽는다. 애플이 ‘아이폰 혁명’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혔지만 최근엔 별다른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경쟁업체들은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 등을 올해 출시한다는 목표다. 애플은 폴더블폰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내년 9월께나 5G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에서 몰락한 노키아와 애플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로드 홀 애널리스트는 “2007년 노키아의 쇠락은 기존 휴대폰 교체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며 “애플 역시 거시경제가 둔화하면 소비자들의 교체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