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1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주요 인터넷업체의 매출, 수익구조 등 실태를 조사한다. 국내 인터넷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취지에서다.

인터넷업계는 조사 자체가 부담인 데다 새로운 규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구글 등 해외 업체는 제대로 조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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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각종 자료 제출 의무

지난 7일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실태조사를 법제화한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가통신사업자의 현황 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부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업체가 대표적이다. 정부에 신고한 부가통신사업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만5874개에 달한다.

실태조사는 2021년부터 시행된다. 조사 대상과 내용은 미정이며 시행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모든 업체를 조사할 수는 없고 주요 업체만 선별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내용은 매출, 수익구조, 이용자 수 등 인터넷사업자의 각종 내부 정보다. 정부는 매년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실태조사 법제화의 계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출했다.

김 의원은 “네이버, 구글,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들이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등 시장을 독식하고 새로운 유형의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기존 소상공인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시장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업계 “역차별에 규제 부담”

인터넷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색, 온라인 쇼핑 등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근거로 관련 업체를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실태조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차세대 성장동력의 주축인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을 각종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애초 정치권이 추진했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경쟁 상황 평가는 규제라고 할 수 있지만 실태조사는 시장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규제 신설의 전 단계라고 보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도 조사 대상이지만 국내 기업과 달리 정부가 강제할 권한이 없다. 조사 시기가 2021년으로 늦춰진 것도 정부가 해외 업체의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3년 뒤에 구글, 페이스북 등이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다른 규제도 국내 업체만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해외 업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해외 업체는 인터넷상 불법·음란정보 유통 책임도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청소년 음란물을 발견하고도 유통을 방지하거나 삭제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인터넷상 음란한 영상, 연령 확인 의무를 따르지 않은 청소년 유해매체 등의 유통도 금지되고 있다. 이는 해외 업체에도 적용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제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가 있어 법을 어겨도 형사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