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형 SK텔레콤 동부인프라지원팀 매니저가 지난 28일 부산도시철도 노포차량기지에서 철도통합무선망(LTE-R) 단말기를 이용해 긴급방송을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이종형 SK텔레콤 동부인프라지원팀 매니저가 지난 28일 부산도시철도 노포차량기지에서 철도통합무선망(LTE-R) 단말기를 이용해 긴급방송을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전철 안에서 연기가 나고 있습니다. 빨리 조치해주세요.”

승객이 전철 비상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화재 상황을 전달했다. 관제센터 모니터에도 화재 알림과 함께 해당 열차칸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팝업창으로 떴다.

기관사는 열차를 멈추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관제센터에선 다른 모든 지하철에 즉시 정차명령을 내렸다. 기관사가 가진 무전기를 통해 촬영된 영상이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와 다른 기관사들에게 전달됐다.

기관사는 신문지에 붙은 불을 소화기로 끄면서 무전기를 이용해 승객들에게 안심하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영상으로 화재 진압을 확인한 관제센터에선 다른 지하철에 운행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열차 내 영상 실시간 전송

지난 28일 부산 범천동 부산교통공사 운행관제센터에서 비상사태를 가정한 상황을 시연한 일부 장면이다. 기관사와 관제센터 간 소통은 철도통합무선망(LTE-R)을 이용해 이뤄졌다.

부산교통공사는 2015년 8월 SK텔레콤과 LTE-R 구축 사업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LTE-R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40개 역사 40.48㎞ 구간의 기존 음성 아날로그 통신망을 데이터 환경 기반의 LTE-R로 바꿨다. KT와 LG유플러스도 LTE-R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전까지 철도에서 사용한 통신시스템은 1969년 도입된 초단파(VHF) 방식이나 2004년부터 사용 중인 주파수공용통신(TRS) 방식이다. VHF는 1 대 1 음성통화만 가능하다. 통화품질이 낮고 음영지역이 존재해 안정적인 운영이 힘들다. TRS 역시 음성통화와 단문메시지 정도만 가능하다.

LTE-R은 공공통합망주파수인 700㎒ 대역을 쓰는 철도 전용 네트워크다. 4세대(LTE) 이동통신 기반인 만큼 최대 60Mbps 속도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음성통신에서 사진, 영상 전송이 가능해진 수준이 아니다.

구민우 SK텔레콤 LTE-R셀 팀장은 “열차 자체를 LTE 단말기로 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제센터와 기관사, 각 전철역의 역무원이 LTE 단말기로 연결돼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부산지하철 1호선 열차를 운행하는 김성대 기관사는 “앞 열차가 고장나면 기존에는 관제사가 다른 열차 기관사들에게 일일이 비상상황을 알려야 했다”며 “지금은 모든 기관사가 조종석과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관리도 가능해졌다. SK텔레콤과 부산교통공사는 철도 IoT 센서를 부산지하철 역사에 구축했다. 역사 내 온·습도와 미세먼지, 화재 발생, 열차 지상 구간의 레일온도, 전차선 장력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이달 1.7조원 규모 재난망 사업자 선정

국토교통부는 2027년까지 1조1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전국 철도망을 LTE-R로 교체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일반 지하철 등을 포함하면 2조원에 이른다. 전체 사업 중 진행률은 10% 남짓이다. 대부분 철도에선 VHF나 TRS를 쓰고 있다. 부산지하철은 1호선을 제외한 2~4호선이 VHF와 TRS를 쓰고 있다.

정부는 이달 경찰과 소방, 지자체, 해양경찰, 군, 의료 등 33개 재난 관련 기관들이 사용할 재난안전통신망(PS-LTE) 사업자도 선정할 예정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를 계기로 통합재난망 도입 논의를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올해부터 3년간 순차적으로 전국에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된다. 총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인 만큼 통신 3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