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고통은 줄이고 효과는 높인 항암제 개발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바이오회사가 기존 항암제에 암 조직을 찾아가는 물질을 결합한 무고통 항암신약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현대아이비티는 대주주인 씨앤팜(대표 정현범)이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한 '2018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2018)'에서 항암신약 후보물질(CP-727)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2일 밝혔다.

암 치료를 위해 항암제를 투여하면 암 조직 뿐 아니라 온몸에 영향을 준다.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를 무독성 용량이라고 부르는데 국내 암 환자에게 처방되는 항암제는 대부분 최대 무독성 용량의 수십배를 투여한다.

췌장암 환자 치료에 쓰이는 대표 항암제인 아브락산은 최대 무독성용량 40배를 투여한다. 난소암 치료에 쓰이는 탁솔은 30배 용량을 투여한다. 이 때문에 암 환자는 호중구-혈소판 감소, 체중 감소,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다.

씨앤팜은 이 같은 항암제를 암 세포까지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DDS) 물질을 개발했다. 나노단위 물질과 항암제를 결합시키면 항암제가 암 조직을 찾아갈 때까지 분산되지 않고 암 조직에 오래 남아있게 된다. 이를 통해 환자 고통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 무고통 항암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유방암, 폐암 등을 치료하는 도세탁셀(Docetaxel)과 이 물질을 결합시켜 동물실험했더니 혈중 약물 방출은 최고 3%에 그칠 정도로 낮아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반면 암 조직을 찾아가는 선택성은 암이 아닌 다른 조직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씨앤팜은 조만간 임상기관(CRO)을 선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식 임상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난치암인 췌장암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2a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연수 씨앤팜 연구소장(대한화학회장)은 "항암 치료할 때 겪는 통증은 항암제의 독성 때문"이라며 "이 독성 때문에 충분한 용량을 투여하지 못해 암 전이나 내성 등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무고통 항암제가 사람 중심, 환자 중심의 암치료 시대를 활짝 열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약 물질은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국책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전임상전문기관 켐온, 이화여대 약대, 서울아산병원 등을 통해 유효성과 최대무독성 용량을 증명했다. 동물 실험 중간결과는 지난해 7월에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Nanomedicine)에 발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