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병 디알젬 대표 "끝까지 책임지는 AS로 세계시장 뚫었죠"
지난 25일 국내 의료용 엑스레이 1위 업체 디알젬은 경북 구미 공장에서 엑스선 제너레이터 1만 대 출하 기념식을 열었다. 산업용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를 제조하다 2007년 엑스레이사업에 뛰어든 지 1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제너레이터는 고전압을 일으켜 엑스선을 쏘는 엑스레이의 핵심 부품이다. 박정병 디알젬 대표(55·사진)는 “우리가 한국 엑스레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경북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고 디지털 엑스레이(DR) 연구로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필름 엑스레이가 주류이던 당시 박 대표는 디지털 엑스레이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1996년 창업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절치부심 끝에 2003년 디알젬을 설립해 다시 엑스레이 시장에 발을 디뎠다.

2007년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제너레이터를 개발하면서 엑스레이사업을 본격화했다. 엑스레이에 이상이 생기면 온라인으로 접속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원격 기술을 적용했다. 해외 고객사에 신속한 사후관리서비스(AS)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점을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격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지에 기술자를 보냈다.

박 대표는 제너레이터 성능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저선량으로 최상의 엑스레이 영상을 얻기 위해서다. 제너레이터에 가하는 전류와 전압의 오차범위를 국제 기준의 9분의 1까지 줄였다. 작은 병의원에서 전력 과부하 걱정 없이 엑스레이를 촬영할 수 있도록 낮은 전력으로 가동되는 제너레이터도 개발했다. 박 대표는 “국내 동네 병의원뿐 아니라 전기 사정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디알젬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국내 시장은 지멘스 필립스 GE헬스케어 등 글로벌 빅3가 장악하고 있었던 데다 의료계도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40%에 이른다. 그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안팎”이라며 “터키 튀니지 베트남 등의 정부 입찰을 잇달아 따내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알젬은 지난해 4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알젬은 세계 3위 수준인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구미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500대다. 2020년 김천공장이 준공되면 생산능력이 세 배 이상 늘어난다.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구미=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