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날 풀렸다고 준비 없이 산행하면… 겨우내 굳은 관절 여기저기 '삐끗'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봄철 준비 없이 등산에 나섰다가는 부상할 위험이 크다. 겨우내 신체 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은 근력이나 심혈관계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운동 전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지팡이 등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이유다. 봄에는 땅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평소보다 미끄럽고, 질퍽거리는 곳이 많다. 본인의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선택해 신어야 한다. 봄철 부상을 줄이기 위한 등산법을 알아봤다.

미끄럼 방지 기능 신발 선택해야

등산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다. 활동량이 많은 운동 중 하나다. 등산객 대부분은 주말에만 산에 오르기 때문에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평일에 2~3일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한 번에 20~60분씩 하면 된다.

봄에 등산을 하다가 가장 다치기 쉬운 곳은 발목이다. 운동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많이 당한다. 이 때문에 등산처럼 발목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기 전에 발목 주변과 다리 전체 근력을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스트레칭처럼 유연성 민첩성을 높이는 운동도 필요하다. 박홍기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봄철 등산을 할 때는 발 사이즈에 맞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며 “산에 오를 때는 지팡이나 무릎 보호대, 깔창 등을 사용하면 미끄러짐을 막고 하중을 분산할 수 있어 부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산에 오를 때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령층은 가벼운 엉덩방아로도 고관절이 골절될 위험이 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쓰다 디스크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과체중인 사람, 무리하지 말아야

과체중인 사람은 등산할 때 더 주의해야 한다. 체중이 80㎏ 이상인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중력을 두 배 넘게 받는다. 등산을 하다가 발목, 무릎, 허리, 목 관절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등산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여유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평소 등산에 자신 있다고 무리하게 산행하면 인대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속도를 줄이고 체력의 70~80% 정도를 이용해 등산을 즐겨야 한다.

산을 내려올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내려올 때는 발꿈치를 들고 보행하듯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뎌야 한다. 다리 하중이 대퇴부 고관절에 전달되지 않게 한다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좋다. 뒤쪽 다리 무릎을 평소보다 깊숙이 구부려주면 앞쪽 다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등산 전후 15분 이상 목, 허리, 무릎, 발목 부위를 스트레칭해 인대 유연성을 높인 뒤 산에 올라야 한다. 가급적 손에 물건을 들지 않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자가 산에 오를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 180㎜Hg, 이완기 혈압 110㎜Hg 이상인 심혈관질환자는 등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이른 아침 공복 등산을 피해야 한다. 혈당 변화가 심하고 저혈당으로 실신한 경험이 있다면 등산은 삼가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낙상 등 사소한 충격으로도 골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어지럼증, 빈혈이 있는 환자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저산소증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거나 체력이 현저히 약한 사람도 등산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고령층은 혈관 탄력이 떨어져 갑작스러운 산행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산에 오르다가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 구역질 등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휴식해야 한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등산은 여러모로 건강에 좋지만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도심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걷기나 자전거 운동이 더 적합하다”며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