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웃돈 1000원 받고 '골라 태우기'는 그대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택시기사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손님이 웃돈을 내면 택시기사가 호출을 승낙한 다음에야 승객 목적지를 알려주도록 했다. 장거리 등 택시기사가 선호하는 호출만 골라 태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택시기사 대다수가 스마트호출 이용을 꺼리자 다시 목적지를 보여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카카오 측은 “유료 서비스 정착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승객들은 웃돈을 내면서도 ‘손님 골라 태우기’를 피할 수 없어 택시요금만 오르게 됐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승객들 “1000원 왜 더 내는 거냐?”

1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인터넷기업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호출 앱(응용프로그램) ‘카카오택시’의 유료 호출 서비스인 ‘스마트호출’ 기능을 변경해 13일부터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료 호출 서비스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이례적으로 핵심 내용을 바꾼 셈이다.

스마트호출은 사용자가 1000원을 추가로 내면 택시를 우선 배차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로 예상 거리와 시간, 과거 운전사의 운행 패턴, 교통 상황 등을 분석해 응답 확률이 높은 기사를 연결해준다고 소개했다.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택시기사에게 순차적으로 정보를 보내는 무료 호출에 비해 신속한 배차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승객의 목적지를 가리기로 한 것도 신속한 배차를 위한 목적이었다.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보고 호출을 거부하면 그만큼 배차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유료 호출에 승낙한 기사가 목적지를 확인한 다음 연결을 취소하면 일정 시간 호출을 받을 수 없도록 페널티를 부과했다. 승객이 낸 호출 요금 1000원 가운데 600원가량을 택시기사에게 배당해 기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었다.
카카오택시, 웃돈 1000원 받고 '골라 태우기'는 그대로
하지만 뚜껑을 열자 카카오의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 대다수 택시기사들이 보상이 크지 않은 카카오택시의 유료 호출을 거부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호출을 승낙했다가 손님을 다시 태우기 어려운 곳에 가면 손해가 더 크다”며 “‘콜’이 넘치는 야간 시간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손님을 태우는 게 기사들에게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아직 스마트호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목적지를 공개하기로 했다”며 “스마트호출 경험이 늘어나면 해당 콜 응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지역 여전히 택시 잡기 어려워

목적지가 공개되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기존 무료 콜처럼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어 웃돈을 내면서도 ‘손님 골라 태우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 창동에 사는 A씨는 “지난 주말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을 이용해 봤지만 서울 외곽지역은 여전히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1000원이라는 웃돈을 왜 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출시된 카카오택시 이용자는 1800여만 명에 달하지만 그동안 카카오의 수입은 거의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고심 끝에 유료화 모델을 발표했지만 현행법(택시 호출료 상한)과 택시업계의 반발로 다소 어정쩡한 유료 서비스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즉시 배차’(비용 5000원 예상), ‘우선 배차’(2000~3000원) 등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콜비(주간 1000원, 야간 2000원) 이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국토교통부 유권 해석이 나오면서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목적지를 공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선 반길 수 없는 조치”라며 “택시 골라 태우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면서도 택시기사들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적정 호출료를 찾는 게 카카오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