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샤프산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 샤프산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가 화성에서 2000번째 아침을 맞았다. 큐리오시티는 2011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뒤 2012년 8월6일 화성의 적도 아래쪽 게일 분화구의 평지에 착륙했다.

화성에서의 2000일은 지구에서의 2000일과 다르다. 화성에서 하루는 지구보다 긴 24시간37분23초다. 화성의 하루를 1솔(SOL)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하게 표현하면 2000일이 아니라 2000솔을 맞은 것이다.

미국이 쌍둥이 탐사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에 이어 화성으로 보낸 큐리오시티는 높이 2.7m, 무게는 900㎏으로 작은 승용차만 하다. 차체에 달려 있는 알루미늄 바퀴 6개로 65㎝ 높이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고 하루에 200m까지 움직인다. 큐리오시티는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한 뒤 지난달 5000솔을 돌파한 최장수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와 함께 화성 표면에서 작동하는 탐사로봇이다.

화성은 기압이 지구보다 낮긴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대기는 있다. 여름에는 섭씨 35도까지 기온이 올라 지구와 비슷하지만 겨울에는 영하 140도까지 떨어지는 가혹한 환경이다. 당초 90솔을 목표로 착륙한 오퍼튜니티가 14년째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큐리오시티도 당초 1년간 임무기간을 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큐리오시티에 들어가는 원자력 전지 덕분이다. 이 탐사로봇은 플루토늄-238 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얻은 열로 전기로 변환할 수 있는 원자력 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햇빛이 부족한 화성의 겨울에도 활동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는다.

큐리오시티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한때 화성에 살았을 가능성이 큰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탐사선에 장착된 고가 장비들은 생명의 근간인 탄소를 찾는 데 사용된다.

인류의 유인 화성 탐사에 앞서 화성에서 생명체 생존 조건을 알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2013년에는 미생물에 양분을 공급하는 고대의 담수호 증거를 발견했다. 2015년에는 지표 아래 50㎝ 지점에서 액체 상태의 소금물을 찾았다. 지구의 개울이나 강처럼 화성에도 액체 상태의 물이 지표면에서 흐른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화성은 현재 표면이 차갑고 건조하지만 한때는 생명체들이 살기 좋은 축축하고 습한 환경이었다가 약 30억 년 전 지금처럼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생명체가 최소 수백만 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ASA는 올해 1월에는 목적지인 샤프산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탐사선은 2014년 9월부터 이 산을 오르고 있다. 큐리오시티는 게일 분화구 부근 해발 5㎞ 샤프산을 오르는 도중에 이번 기념일을 맞았다.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금까지 18.7㎞를 이동했다.

큐리오시티는 샤프산을 오르며 점토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점토 광물이 형성되려면 물이 필요한데, 샤프산 저지대에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수백만 년 동안 미생물이 서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