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달 말 소물인터넷(IoST) 기술을 활용한 자전거 도난 방지 관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KT 제공
KT는 지난달 말 소물인터넷(IoST) 기술을 활용한 자전거 도난 방지 관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KT 제공
‘소물(小物)인터넷(IoST·internet of small things)을 잡아라.’

사물인터넷(IoT)의 확장 사업분야인 소물인터넷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미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주목받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소물인터넷의 기본적인 기술 개념은 비슷하다. 소물인터넷은 전원 공급을 받지 않는 비(非)전자기기까지 무선 통신망으로 묶어 자동 제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oST는 제조·유통·건설 등 전후방 산업 간 연계 효과가 커 이통 3사가 관련 사업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저용량 데이터로 IoST 연결

[스마트&모바일] 자전거·화분·골프공까지 '통신 연결' 일상 파고든 '소물인터넷'
IoST는 자동차나 전자기기 간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을 기본 개념으로 삼는 IoT와는 반대로 초저속·저용량에 특화된 데이터 전송기술이다. TV, 냉장고 등 상시 전원 공급을 받는 전자 제품이 아니라 비전자기기에 동전 크기만 한 통신 모듈을 달아 데이터 송·수신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가스·수도검침기에 통신 모듈을 달면 원격 자동 계량이 가능하고, 개인 짐이나 화물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주차장 관제서비스와 자전거 도난 및 미아방지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집안 화분을 연결시키면 주기적으로 물을 줘야 할 때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일상 스포츠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IoST 기술을 접목한 축구공은 킥의 강도와 공의 속도·거리·회전 등을 알려주고, 골프공은 정확한 비거리와 위치를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할 수 있다.

최대 수십 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 전송을 필요로 하는 IoT와 달리 IoST는 불과 수킬로바이트(KB)의 소량 데이터 전송만으로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초저속·저용량 전송 기술인 만큼 전력 소모도 미미해 배터리 하나만 넣어도 통신모듈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위치 정보나 단순한 계량 정보, 온·습도 감지 등 관련 솔루션 개발에 따라 IoST를 적용할 수 있는 주변 사물도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시장 조사기관인 메이슨은 2023년 세계적으로 소물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31억건으로 LTE망에 연결된 14억건의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치정보 등 IoST망으로 모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로 확장할 수도 있다.

○전용망 구축 등 인프라 확대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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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는 IoST 인프라 투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초고속 데이터’ 시대를 넘어 ‘초연결’ 시대를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지난달 말 기존 LTE망을 활용한 소물인터넷 전용 전국망인 LTE-M을 구축했다. 이 전국망을 적용해 연내 ‘자전거 도난 방지 관제 서비스’ ‘스마트 혈액 박스’ ‘스마트 라이팅 서비스’ 등 다양한 소물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소물인터넷 전용 통신모듈 10만개를 솔루션 개발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조기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까지 소물인터넷 연결 사물 수를 400만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SK텔레콤은 LTE망과는 별도의 IoST 전국망을 올 상반기 내 구축할 예정이다. 이 전용망에 적용되는 기술은 ‘LoRa(로라)’라는 국제 표준이다. LTE-M과 비교해 통신모듈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IoST 통합관제센터 및 전용단말기 개발, 솔루션 개발업체 지원 등 이 분야에 향후 2년간 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기존 LTE망을 활용한 소물인터넷망 구축을 선택했다. LG이노텍과 공동으로 IoST 전용 초저가 저전력 LTE 통신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크기는 기존 LTE 통신모듈 대비 50% 수준으로 최소화했고, 1만원대의 저렴한 가성비를 갖추고 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에 해당 모듈을 탑재한 IoST 제품을 올 상반기 내놓을 방침이다.

○국내외 제조사와 사업제휴 모색

이통사들은 IoST 인프라 투자와 함께 국내외 제조사와의 다양한 사업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IoST 기능을 기본 탑재한 제품이 많아져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IoST 서비스 이용요금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보다 IoST 서비스 및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에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와이파이와 비슷한 IoST에 요금을 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IoST 기능을 지닌 제품을 파는 제조사로부터 서비스 및 망 사용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