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초반 변칙수 연발…김성룡 "인간 바둑에는 없어"
중반 하변에서 포인트 올렸으나 좌상중앙에서 출혈


'인공지능'의 엄청난 계산력에 이세돌 9단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이세돌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초반 변칙수를 무난하게 막아내며 중반까지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특히 이세돌은 중반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다 하변에서 흑집을 부셔 집으로 다소 앞섰다.

그러나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고 말았다.

위기를 느낀 이세돌은 좌상중앙의 다섯 점을 떼주고 우상귀 흑집을 도려냈다.

하지만 이 바꿔치기는 명백히 이세돌의 실패라는 게 프로기사들의 평가다.

바꿔치기에 실패하면서 형세는 우세를 가릴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오히려 집이 다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구글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엄청난 계산력을 감안하면 끝내기로 갈수록 이세돌이 불리할 수 도 있다.

또이세돌은 이날 알파고보다 시간을 많이 사용해 먼저 초읽기에 몰릴 위기다.

앞서 이날 흑으로 시작한 알파고는 초반 변칙수를 연발해 눈길을 끌었다.

1국에서 양 화점 포석을 펼쳐 이세돌을 제압했던 알파고는 지난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도 5판 모두 화점 포석을 펼쳤다.

현대 바둑에서 가장 유행하는 양 화점 포석은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이지만 소목 포석은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이다.

이세돌과 프로기사들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바둑 TV를 통해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어!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세돌 9단도 당황한 듯 초반에 5분 가까이 장고를 하다 좌변을 갈라쳤다.

이어 알파고는 다시 우하귀로 돌아와 흑이 한 칸 벌린 곳을 들여다봤다.

이 수에 대해선 대다수 프로기사가 '악수'라고 지적했으나 일각에서는 "무슨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구심도 품었다.

알파고는 37수로 우변 백돌에 입구 자로 어깨를 짚었는데 프로 바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수다.

의외의 수를 당한 이세돌 9단이 10분 가까이 장고하다 중앙으로 밀어 올리자 알파고는 한 수만 받은 뒤 이번에는 좌하귀로 방향을 틀었다.

좌하귀에는 알파고가 먼저 전투를 걸었지만, 이세돌이 하변을 타개하면서 좌변에도 집을 만들어 미세하게나마 앞선 채 중반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좌상중앙 전투에서 실패해 형세가 나빠지고 말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