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R 360의 모습. / 사진=박희진 기자
LG VR 360의 모습. / 사진=박희진 기자
[ 박희진 기자 ] "LG전자의 한발 늦은 첫 가상현실(VR) 기기, 하지만 분명 진화했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LG 360 VR' 기기를 직접 써보니 단박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년 전부터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을 선보인 오큘러스, 삼성전자, 구글, 소니 등 경쟁업체보다 출시는 분명 한발 늦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VR에 꽂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유선 연결 방식, 한결 가벼워진 무게, 그리고 선명해진 VR 내부 디스플레이는 VR 체험의 질을 한층 진화시켰다. 일단 합격점을 준 이유다.

먼저 LG 360 VR은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G5'와 유선으로 연결해 쓰는 VR 기기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LG전자가 G5와 함께 내놓은 'LG 프렌즈' 기기 중 하나다. LG가 VR 시장을 겨냥해 처음 내놓은 HMD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VR 내부 독립 디스플레이로 VR을 즐긴다는 점이 삼성의 '기어 VR'과 가장 달랐다.
LG VR 360은 안경처럼 다리를 접을 수 있고 코 받침대가 있다. / 사진=박희진기자
LG VR 360은 안경처럼 다리를 접을 수 있고 코 받침대가 있다. / 사진=박희진기자
스마트폰 대신 탑재된 전용 디스플레이는 960x720 해상도의 1.88인치 IPS 디스플레이다. LG 디스플레이의 대표적 화질 기술인 IPS의 선명한 화질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디스플레이 화질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인 인치당 픽셀수(ppi)는 639. 5인치 쿼드HD(QHD) 디스플레이(587ppi)보다 뛰어나다.

기어 VR에 꽂아 쓰는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의 디스플레이 ppi는 각각 577과 518. 독립 디스플레이를 단 LG 360 VR이 더 선명하고 깨끗한 셈이다. ppi가 높을수록 픽셀이 더 조밀하게 모여 있어 고해상도를 이룬다.

착용감과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존 VR 기기보다 발전했다는 현장 평가가 주를 이뤘다. 착용감을 크게 좌우하는 제품 무게는 불과 118g. 기존 VR 체험 기기의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기어 VR(318g)'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꽂으면 400g이 넘는다. 스마트폰-VR 유선 연결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 중 하나였다.
LG VR 캠을 G5와 연결한 모습. / 사진=박희진 기자
LG VR 캠을 G5와 연결한 모습. / 사진=박희진 기자
겉모습은 안경과 비슷하다. 안경처럼 다리를 접을 수 있어 휴대는 더 간편했다. 코 받침대도 있어 머리를 두르는 밴드나 별도의 고정 장치 없이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머리를 조이는 밴드를 끈으로 쓰는 삼성 기어 VR 특유의 답답함이 없었다. LG 360 VR이 일상에서 쓰는 안경이라면 기어 VR은 스키장 고글에 가깝다.

LG전자는 VR 360과 함께 자동차 열쇠 크기의 스틱형 카메라도 선보였다. 사용자가 직접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LG 360 캠'이었다.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라 휴대성이 좋았다.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360도 영상을 찍으려면 촬영 성능 뿐 아니라 휴대성도 고려할 부분이라서다.

군더더기 없는 외형만큼 조작법도 간단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사진이, 두번 누르면 동영상이 촬영됐다. G5와 와이파이로 연결하니 360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장면이 스마트폰 화면에 바로 나타났다

LG 360 캠으로 찍은 바르셀로나 시내 영상을 360 VR로 직접 감상해봤다. 두 개의 제품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은 완성도가 높았다. 고개를 들면 태양의 도시다운 화창한 햇살이 눈부셨고, 정면을 보면 현지인들이 애완견과 함께 바로 눈앞에서 걸어다녔다. 뒷쪽을 돌아보면 항구 도시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LG전자의 첫 VR 라인업은 일단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기존 경쟁 기기의 단점을 보완한 VR 기기와 작고 휴대성이 좋은 360도 카메라는 VR 대중화를 이끌 후발주자로 주목된다. 짧은 체험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장시간 사용 시 발생할 발열 문제와 시청 어지러움증 등은 차후 다시 꼼꼼히 따져봐야할 부분이다.

가격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LG전자가 공식 출고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 보급형 VR 기기 만큼 저렴한 가격이 아닐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VR기기와 달리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참가 업체 관계자는 "삼성 기어VR이 1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0만원대 내외로 정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바르셀로나(스페인)=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