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 한국인 2세로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IT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손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었을 때 김 전 대통령의 특별초청을 받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김 전 대통령의 질문에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도 '브로드밴드', 두 번째도 '브로드밴드' 세번 째도 '브로드밴드' 였다. 손 회장의 이같은 답변에 빌 게이츠 역시 "100% 동감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면 반드시 브로드밴드를 추진하겠다. 그런데 브로드밴드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손 회장은 "브로드밴드는 하이 스피드(초고속) 인터넷"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뒤 김 전 대통령은 브로드밴드 지시를 내렸고,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역사는 시작됐다.

13년이 흐른 뒤 손 회장은 한국을 다시 찾아 당시 김 전 대통령과 나눈 이같은 대화를 언급하며 "한국은 불과 1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도 IT 세계의 많은 테크놀로지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장래가 밝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한국 정부와 OECD가 공동개최한 '글로벌 녹색 성장 서밋'에 참석해 자연 에너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손 회장은 기조연설 뒤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몽골 고비 사막의 태양열 등 자연 자원을 활용하는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사업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 손 회장이 설립한 소프트뱅크는 브로드밴드를 비롯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과 서비스를 재공하고 있다. NTT, NTT 도코모에 이어 일본에서 3번째로 영업이익이 큰 회사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