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Nano Technology) 개발 경쟁이 뜨겁다. 나노기술이란 원자나 분자 수준인 10억분의 1m 단위로 물질을 조작하는 것. 손목시계만한 슈퍼컴퓨터,인간의 몸속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로봇 등을 만들어내는 꿈의 기술이다. 21세기는 나노기술로 승부가 결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의 나노기술개발 주역들을 만나본다. "2010년까지 지금보다 최대 50배 빠른 테라(1조)비트급 반도체 소자 시제품을 내놓겠습니다" 정부의 21세기프런티어사업인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조원 단장(50·박사)은 새해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 사업에는 2010년까지 모두 1천억원이 투입된다. 삼성종합기술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한양대 충북대 등 15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박사 2백70명,석사 2백20명이 분야별로 연구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사업단의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한 연구기관에 한 가지 과제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연구기관에 있는 연구원들을 한 팀으로 묶어 운영하고 있다. 어떤 연구소의 리더가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원을 이끌면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원들이 한데 모여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2000년 7월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과 인연을 맺었다. 국내 나노분야 전문가 7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초대 단장에 뽑힌 것이다. 이 박사는 나노기술 발전에 대한 의지,사업단 관리능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장은 나노소자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힌다. 1992년 삼성종합기술원에 들어가 나노기술을 연구한 이후 10년째 한우물만 파고있다. 삼성종합기술원에 근무하는 동안 나노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40여건이나 출원했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잡지에 80여편의 논문을 실었다. "나노기술이 없으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그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데 나노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폭이 2.5나노미터(㎚)에 불과한 DNA를 조작하는 데 나노기술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이 단장은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받은 후 카네기멜론대학과 IBM에서 반도체 소자 관련 연구를 했다. 지난 92년 귀국해 삼성종합기술원에 몸담고 있다가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 테라급나노소자는 일종의 나노트렌지스터다. 트렌지스터의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것이다. 트렌지스터는 전류가 흐르거나 멈추는 과정이 이어지며 정보를 처리한다. 테라급나노소자의 특징은 일반 소자와 달리 전자 하나로 작동한다는 것. 따라서 전력소비가 극히 적으면서도 속도는 오히려 빠르다. 일반 소자는 전자 수천개의 흐름으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