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16일.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과 리눅스의 대가인 리처드 스톨먼 미국 MIT교수가 공교롭게 같은날 서울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두사람의 동시 방한을 두고 ''다윗(리눅스)과 골리앗(윈도)이 만났다''고 표현했다.

글로벌리눅스200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스톨먼 교수는 "리눅스는 윈도라는 단일제품과의 경쟁보다는 더 큰 뜻을 품고 있다"며 윈도보다 한 수 위임을 강조했다.

반면 게이츠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윈도와 리눅스의 대결을 묻는 질문에 "그런 행사(글로벌리눅스2000)가 열리는지도 몰랐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MS는 지난 81년 MS-DOS란 운영체제를 내놓은 이후 20년동안 가정용 PC시장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에 맞서 리눅스는 91년 리누스 토발스에 의해 처음 선보인 이후 90년대말들어 ''공개된 소스''를 무기로 윈도시장을 급속히 침투해 나갔다.

◆리눅스의 비약적인 성장=윈도가 폐쇄적이라면 리눅스는 개방적이다.

윈도와 달리 OS(운영체제) 프로그램 구성 원리를 널리 공개하고 있다.

이는 누구든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에 맞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리눅스가 급속히 퍼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리눅스는 또 OS가 무료다.

유닉스를 기반으로 발전해 윈도에 비해 안정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설치하기가 불편하고 소스가 공개돼 있어 해킹에 약하다.

윈도의 워드프로세서,엑셀처럼 일반인이 많이 쓰는 응용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리눅스는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PC를 포함한 단말기시장 OS 점유율이 전년도 0.4%에서 5%,서버시장에서는 16%에서 25%로 크게 늘어났다.

◆MS 윈도는 위기인가=윈도의 앞날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무엇보다 윈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항하는 세력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김해진 이엠비테크기술연구소 소장)는 게 첫번째 이유다.

뿐만 아니다.

최근 추계 컴덱스에서 제기된 ''PC시대의 종말''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윈도의 위기는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포스트PC 분야는 이미 팜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MS는 그러나 PC의 영향력은 영원할 뿐더러 포스트PC시대가 오더라도 윈도의 위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MS는 포스트PC용 OS로 윈도CE를 내놓고 있다.

MS는 특히 선마이크로가 강세인 중대형 컴퓨터 OS시장을 겨냥해 윈도2000을 출시했다.

"윈도2000으로 선마이크로의 유닉스를 공략할 수 있는 실탄이 충분히 확보됐다"(스티브 발머 MS 사장)는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