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3년 만에 가장 부진하게 나왔다. 경기 침체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3을 기록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2월(47.7)은 물론 시장 전망치인 47.5를 밑돌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시기를 제외하면 2009년 중반 이후 가장 낮다. PMI를 구성하는 모든 생산지수와 신규 주문 지수, 고용지수 등 세부 지표가 기준치인 50을 밑돈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ISM은 매달 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제조업 경기를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PMI를 집계한다.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지수만 전월보다 소폭 개선됐고 신규 주문 지수와 고용지수 등은 모두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도 2월 51.3에서 3월 49.2로 떨어졌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3월 제조업 PMI 역시 49.2로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전월(47.3)보다는 개선됐지만 전망치(49.3)를 소폭 밑돌았다.

팀 퀸랜 웰스파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전부터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은행권 위기로 대출 조건이 더 강화되면 기업들의 투자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서비스 부문이 전반적인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M 비제조업 PMI는 2월 55.1로 기준선을 웃돌았다.

미국 노동시장도 둔화하는 모양새다. 4일 미 노동부는 2월 구인 건수가 993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전문가 추정치 1050만 건을 밑도는 수치다. 구인 건수가 1000만 건 밑으로 떨어진 건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CNBC는 “금리를 인상해 과열된 노동시장을 냉각하려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조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