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미 전 대통령·무사비 전 총리 잇따라 성명
이란 개혁파 지도자들, 근본적인 '변화' 촉구
이란의 개혁 성향 유력 정치인들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근본적인 정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낸 성명에서 "오늘날 우리가 분명히 확인한 것은 이란에 광범위하게 불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현재 정권에서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은 찾을 수 없다"며 "이제 시민들의 비폭력적 행동으로 통치 체제를 바꾸고 (정권이) 개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부터 2005년까지 재임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언론 자유와 여성 해방,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내세운 개혁 성향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퇴임 후 그는 개혁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다가 12년간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개혁파 정치인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도 전날 성명을 내고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정부가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사비 전 총리는 현재 지속되는 반정부 시위가 국가 전반의 위기 속에서 일어났으며 "현재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은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 정의, 민주주의, 번성의 길을 가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권리가 있다"면서 "새로운 헌법이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자유롭고 건강한 국민투표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슬람혁명을 이끈 초대 최고지도자 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측근으로 알려진 무사비는 1981∼1989년 총리를 지냈다.

이란 개혁 성향 지도자들의 성명은 44번째 이슬람혁명 기념일(오는 11일)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 명이 숨졌고, 2만여명이 체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