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사실이 여러 수치로 증명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날 보다 1.7%(30.1달러) 내린 온스당 1798.3달러에 마감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1800달러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금값이 하락했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가치가 오르면 구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금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금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날 Fed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뛰어올랐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전기 대비 연율 기준)는 3.2%로 집계됐다. 지난달 나온 잠정치(2.9%)보다 0.3%포인트 높다.

같은 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Fed의 금리 인상 여건이 충분하다는 근거가 됐다. 지난 17일까지 일주일간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000건 증가한 21만6000건으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고용시장이 탄탄하게 뒷받쳐주는 만큼 Fed가 금리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자들은 분석했다.

지난 20일엔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변동폭을 확대하며 사실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 강세가 누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금값 추이./사진=마켓워치 캡처
올해 금값 추이./사진=마켓워치 캡처
이런 가운데 금값이 내년에는 온스당 최대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스위스아시아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위르그 키너는 지난 21일 CNBC방송에 출연해 "내년 금값이 온스당 2500~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 달러 강세가 약해지면서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키너는 "금은 모든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중앙은행들은 4년 전 보다 약 두 배 늘어난 400톤의 금을 매입했다. 키너는 "2000년대 이후로 어느 통화로든 평균 금 수익률은 연간 8~10%에 달한다. 채권이나 주식시장은 이런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금의 투자 매력도를 강조했다.

내년 금 가격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반대 의견도 있다. 미국 금융회사 슬레이트스톤웰스의 케니 폴카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22일 CNBC방송에 출연해 "금을 포트폴리오 일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금이 상승하겠지만 4000달러까지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값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