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무기력증 빠진 일본인들
고교생 60%만 "장래의 꿈 있다"..주요국 최저
'자신이 국가와 사회 바꿀 수 있다'는 18% 불과
일본인 73%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1.9%만 "불매운동 경험 있다"..77개국 중 70위
라이브재팬"일본 기업들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2013년 9월 세계 4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설립자인 헨리 크래비스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베 총리가 뉴육증권거래소에서 의기양양하게 "바이 마이 아베노믹스(Buy my Abenomics)"라며 일본 투자를 권하던 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일본의 경영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는게 크래비스가 말한 '움직이지 않는 리스크'였다.
같은 달 일본을 방문해서도 크래비스의 쓴 소리는 이어졌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해보길 바란다. 먼저 '꿈이 있습니까?', 다음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합니까'라고 물어보라."고 했다.
크래비스는 이미 10년 전 활력을 잃어가는 일본과 일본인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5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미래인재비전 백서에 따르면 '장래의 꿈을 갖고 있다'는 일본의 18세 고교생 비율은 60%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중국과 미국 고교생의 96%와 94%가 꿈을 갖고 있다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국의 18세 청소년도 82%가 꿈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국가와 사회를 바꿀수 있다'고 답한 일본의 18세 청소년은 18%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은 66%, 한국이 40%였다.
중고교 시절 미래의 진로를 결정한 일본 학생은 3.8%에 불과했다. 66%가 대학 졸업반 즈음에서야 장래 희망을 정했다. 미국과 한국 학생의 25.2%와 17.8%가 중고교 시절부터 진로를 정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2022년 5월 아사히신문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청소년기 장래에) 유명해지고 싶었습니까'라고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눈에 띄고 싶지 않다(820명)', '자신에겐 그럴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564명)', '유명해지면 행동에 제약이 심해질 것 같다(541명)', '주목받는 것이 싫다(535명)' 등의 이유였다.
'유명해지는 건 이익일까요'라는 물음에 70%가 '이익이라고도, 손해라고도 보기 어렵다', 16%가 '손해다'라고 답한데서도 적극성을 잃어가는 일본인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데도 지극히 소극적이다. 일본 최대 광고기획사 덴쓰 계열의 덴쓰종합연구소와 이케다 겐이치 도시샤대 교수가 공동으로 실시한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불매운동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일본인은 1.9%였다. 77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70위였다.
1위인 아이슬랜드인은 35.2%, 2위 스웨덴인은 23.5%가 불매운동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미국인도 5명 가운데 1명 이상(21.5%)이 불매운동에 참여했다.
'평화적인 데모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8%로 69위에 그쳤다. 15~29세 일본 젊은 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3.2%가 '사회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얼굴이나 이름이 드러나는데 저항감이 있다'(22.2%)가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 '참가할 지식이 부족하다'(21.6%)는 자신감 부족형이 뒤를 이었다.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데모는 사회 전체에 폐를 끼치는 것'이라거나 '데모는 자기만족이나 개인적인 원한으로 참가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50~60%에 달했다.
일본인의 영어 실력이 또다시 낙제점을 받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111개국 가운데 80위였다. 한국은 36위였다.스위스 유학 전문기업 EF에듀케이션퍼스트는 111개국, 210만명의 영어능력을 조사한 결과 일본이 475점으로 80위에 그쳤다고 28일 발표했다. 5단계로 평가한 영어능력지수는 4단계인 '미흡'이었다. 전세계 평균 점수(502점)보다 27점 낮았다. 아시아 24개국 가운데서는 14위였다.도시별로는 도쿄(522점)와 교토(512위)가 3단계인 '보통'으로 평가된 반면 도요타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나고야(479점), 규슈 중심도시 후쿠오카(470점)은 미흡 판정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간토(515점)와 간사이(512점)가 보통이었지만 대표 관광지역인 홋카이도(462점)와 히로시마 야마구치 등이 있는 주고쿠(463점)는 미흡이었다.여성(487점)과 남성(463점)의 차이도 컸다. 31~40세의 점수가 525점으로 보통이었던 반면 18~20세(408점), 21~25세(430점)는 최하 단계인 '부족' 판정을 받았다.한국은 537점으로 36위, 영어능력지수는 보통이었다. 글로벌 평균 점수보다 35점 높았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5위였다. 2위 싱가포르(642점), 22위 필리핀(578점), 24위 말레이시아(574점), 31위 홍콩(561점)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영어실력은 아시아 1위였다.도시별로는 서울(580점)과 대구(558점)은 두번째로 높은 단계인 '양호'로 평가됐다. 반면 울산(494점)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별로는 경기(528점), 경북(527점), 충남(508점)이 보통이었던 반면 경남(442점)은 최하 단계인 부족 판정을 받았다.여성(540점)과 남성(534점)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31~40세의 영어실력이 572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18~20세가 500점으로 가장 낮았다.세계에서 영어실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는 네덜란드(661점)였다. 3위 오스트리아(628점) 4위 노르웨이(627점), 5위 덴마크(625점) 등 2위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상위권 국가는 모두 북유럽과 중부 유럽 국가였다. 중국은 498점으로 62위였고, 라오스는 364점으로 꼴찌였다.영어실력만으로 이번 월드컵 예선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조2위로 16강 진출, 일본은 꼴찌로 탈락이었다. 한국과 같은 조인 국가 가운데서는 포르투갈(9위)만 한국보다 영어실력이 나았다. 가나(41위)와 우루과이(49위)는 한국보다 순위가 처졌다. 반면 일본과 같은 조인 나라는 독일(10위) 스페인(33위) 코스타리카(37위) 등 모두 일본보다 순위가 높았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인들이 올 연말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해외 여행지로 서울이 11년 만에 1위에 꼽혔다. 부산도 4위에 오르는 등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본인의 최고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일본 대형 여행사 HIS는 ‘연말연시 해외여행 인기 순위’ 조사 결과 서울이 2011년 이후 처음 1위에 올랐다고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4위였던 서울의 순위는 1년 만에 세 계단 올랐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하와이 호놀룰루는 2위로 밀려났다. 방콕은 3위를 유지했다.작년 조사에서 순위권 밖이었던 부산은 단숨에 4위로 뛰어올랐다. 이 밖에 괌과 싱가포르, 대만 타이베이, 필리핀 마닐라, 프랑스 파리, 베트남 호찌민 등이 10위권에 들었다.항공권 유류세 급등과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하와이와 유럽 등 전통적인 인기 여행지의 순위가 떨어지고 단거리 여행지의 인기가 높아졌다. 호놀룰루와 파리를 제외하면 10위권 가운데 여덟 곳이 아시아 지역이었다.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이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 HIS는 “올 8월 이후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는 등 발 빠르게 규제를 완화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지난 22일 기준으로 세계 140여 개국이 입국 요건을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되돌렸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가장 먼저 규제를 풀었다. 이 덕분에 일본인의 전체 해외여행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20%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을 찾는 수요는 50%까지 회복됐다.지난달부터 일본이 외국인 입국 규제를 해제함에 따라 한·일 간 항공 노선이 증편된 것도 한국 여행 수요 증가 요인이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의 인기 등 한류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을 찾은 일본인 여행자의 70%가 여성이었다. 이 가운데 40%가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여성이었다.HIS는 단거리 여행지의 인기가 높은 추세를 반영해 내년에도 한국과 대만에 여행객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아시아 주변 지역으로 좁혀지자 평균 여행 경비는 19만6700엔(약 189만원)으로 올해 여름휴가(21만3600엔)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인기 해외 여행지 순위는 12월 24일~내년 1월 3일 출발하는 HIS 해외여행 상품 판매 실적을 근거로 집계됐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보다 높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6년 이후 주요국 시장에 출원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관련 특허 보유량을 집계한 결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고 27일 보도했다.2010~2015년 11위였던 LG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조사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지난 조사에서 10위였던 메타(옛 페이스북)가 3위, 순위권 밖이던 중국 화웨이가 4위에 올랐다. 2010~2015년 순위에서 1위와 3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그룹은 5위와 6위로 밀렸다. 소니그룹은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일본 기업이었다. 7~10위는 퀄컴, 매직리프, 인텔,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차지했다.한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VR헤드셋 같은 완성품이 아니라 디바이스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급속히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1~2위를 한국 기업에 내주긴 했지만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특허 보유량 순위 10위권 이내에 미국 기업이 6곳이었다. 상위 20개 기업이 보유한 특허 수 총 7760건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57%를 보유했다. 한국의 특허 비중은 19%로 2위였다. 중국(12%)과 일본(8%)이 뒤를 이었다.미국 기업들은 VR헤드셋(메타), AR안경(마이크로소프트), 반도체(퀄컴·인텔), 헤드셋 단말기(매직리프), 안테나와 마이크(애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화웨이는 360도 화상처리 기술, 소니는 게임기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메타버스는 온라인상 3차원의 가상 공간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핵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6년 단말기를 포함한 VR과 AR 관련 시장 규모가 747억달러(약 100조원)로 2021년에 비해 다섯 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