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하락세가 세계 각국으로 번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고용이 부동산 경기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24일(현지시간) 영국 경제분석회사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영국, 독일,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 18개 선진국 중 반 이상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2~8월 주택 가격 하락률은 약 7%로 집계됐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는 분명히 부동산 경기 침체의 초입으로 판단된다”며 “주택 가격 하락세가 얼마나 가파르고, 침체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슬레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2008년 이후 가장 우려되는 시장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거래도 얼어붙었다. 미국의 10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9월 영국의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중국의 주택 판매는 43% 급감했다.

집값 하락세가 세계 곳곳으로 번지는 까닭은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주택 구매 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세계 주요 25개 대도시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2배가량 뛰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경기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고용을 꼽았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실업률이 낮다면 집값이 하락해도 그 폭이 완만할 것”이라며 “반대로 이야기하면 실업률 상승이 주택 경기에 매우 큰 위험 요소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보다 낮은 상태지만 경기 침체를 맞을 경우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영국예산책임국은 “현재 실업률은 3.6%이지만 2024년에는 4.9%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