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이번주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장중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감산을 고려한다는 소식에 낙폭을 줄였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9월물)은 전 장보다 0.59% 하락한 90.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0월물)도 전 장보다 0.25% 떨어진 96.48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장 초반 국제유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그렸다. WTI는 배럴당 86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는 장중 4.5% 하락하기도 했다.
잭슨홀 미팅 앞두고 하락한 유가…사우디 '감산 경고'에 낙폭 줄여 [오늘의 유가 동향]
오는 25일부터 시작될 연례 경제포럼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Fed 의원들은 매파적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파월 의장도 잭슨홀 미팅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감산을 예고하는 발언이 나온 뒤 유가는 반등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유동성이 축소되면 OPEC+은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기본적인 법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좋지 않은 변동성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원유 시장의 안정성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상 최고가까지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초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92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겁을 내면서 유가 선물 거래량은 기존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적극적인 매수자와 매도자가 떠나면서 거래량이 부족해져 시장이 더 불안정해진다”고 분석했다.

OPEC+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0년 합의했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지난 7~8월 증산량은 하루 64만8000배럴이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의 증산 유지 요구에도 9월 증산량은 하루 10만 배럴로 확 낮췄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인터뷰에서 OPEC+가 향후 시장 대응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며 “다음달 OPEC 정례회의 때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