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은 독자 여러분들의 노후 자산형성에 도움이 될 ‘연금 재테크’의 모든 것을 다루는 ‘디지털 온리’ 콘텐츠 [일확연금 노후부자] 시리즈를 매주 화·목요일에 연재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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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이 매년 3분기마다 꼭 찾아보는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인데요.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낸 포트폴리오는 일종의 ‘투자 지침서’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대표적인 투자 방법 중 하나로 ‘국민연금 따라하기’가 있을 정도죠.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는 건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 금융정보 사이트 ‘웨일위즈덤’에선 연기금 등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습니다. 노후 자산형성을 위한 분산투자를 고려한다면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글로벌 연기금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를 꼽으라면 비트코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올 초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하며 기관투자가의 암호화폐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직 국내에선 기관투자가의 비트코인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선 이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분산·장기투자로 대표되는 연기금이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몰빵 투자’ ‘빚투(빚을 내서 투자)’ 등 위험성이 큰 자산으로만 여겨져 왔는데요.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는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들과 상관관계가 적고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비트코인 2000억 투자한 美연기금

연기금의 비트코인 투자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국 기관투자가의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보유하고 있는 상위 10개 기관 중에는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가 포함됐습니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총 1억5200만달러(약 21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연기금과 공공자금 등을 투자하는 기관입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위 보유 금융기관 / 자료=신영증권
비트코인 현물 ETF 상위 보유 금융기관 / 자료=신영증권
수십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의 대학 기금도 일찍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브라운대 등 여러 대학기금이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마이클 세일로 최고경영자(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에 있는 수천개 연기금 모두 비트코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공적연금(GPIF)도 운용 자산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PIF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이 225조엔(약 200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관입니다. 오랜 기간 채권 중심의 안전한 운용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비트코인 시세
비트코인 시세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금융권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등 전통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 발행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은 최대 발행량이 고정돼 있습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투자심리나 매크로 요소에 의해 가격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트코인의 달러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월 국내 주요 은행·증권·자산운용사 CEO 15명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암호화폐 투자가 허용되면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0~1%(3명) △1~5%(3명) △5% 이상(1명)을 암호화폐로 채우겠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5%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답한 A운용사 사장은 “디지털 자산은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답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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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빵' 아닌 분산투자로 접근해야

국내에서도 노후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얼마를 벌었을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습니다. 2014년 초부터 매달 비트코인을 100달러어치 투자했다면 원금은 총 1만2800달러인 반면 평가액은 74만6171달러에 달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암호화폐 투자는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도 있는 편입니다. 국내에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도 사고팔 수 없습니다. 개인이 직접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사고파는 방식으로만 투자할 수 있죠.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것이 아닌 일정 부분만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에 나선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포트폴리오의 1% 미만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2022년 2월 발간한 ‘기관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 배분 전략’에서 “위험회피 성향 투자자는 5%, 위험중립 성향 투자자는 11%, 위험선호 성향 투자자는 22%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제시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해당 수치는 기관투자가를 위한 자산 배분 비율이지만, 노후자산이나 연금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생각하는 개인투자자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비율”이라고 했습니다.

생애주기별로 투자 비중을 조절할 필요도 있습니다.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면 예적금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2030 세대라면 암호화폐나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보다 많이 투자하는 식입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전 자산관리 원칙을 명확히 세워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는 “코인 투자에 노후 자금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포모(FOMO) 증후군을 경계하고, 투자에 따른 손실에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대한민국 평균 은퇴연령은 51세에 불과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한 재테크 플랜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예금, 파생상품, 부동산 등 각종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관리 전략을 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포털에서 [일확연금 노후부자]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재테크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