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이 이웃국가인 라트비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유럽 천연가스 공급을 계속 줄이면서 에너지난이 심화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3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라트비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공급 중단 이유에 대해 “라트비아가 구매 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스프롬의 이 같은 발표는 라트비아 에너지업체 라트비아스가즈가 “가스프롬이 요청한 루블(러시아 통화)이 아니라 유로화로 가스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난해 라트비아는 가스 수입량의 90%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그러나 라트비아 에너지 당국은 “라트비아는 내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하기로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가스프롬의 이번 조치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유럽 등 비우호국을 향해 루블로 가스 대금을 치르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 국가들로부터 각종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보복 조치다. 앞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러시아의 루블 결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가 가스 공급이 끊겼다.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수입국인 독일 가스 공급량도 평소 대비 20%로 대폭 축소했다. 가스프롬은 장비 점검을 이유로 독일과 연결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중단시켰다가 재개했지만 공급량을 크게 줄였다.

에너지 위기 속에 독일은 큰 폭의 가스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독일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에너지 업체가 독일 가구와 기업에 가스 가격 상승분을 전가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2024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이로써 독일 가구는 연간 최대 1000유로(약 133만원)의 가스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가스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5센트 더 부과하고 4인 가족이 한 달에 2만㎾h를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정확한 부담금 규모는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은 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며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