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권·평화협상 조직 해산…"예산 낭비·불필요"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작년에 무너진 전 정부의 인권, 평화협상 관련 조직을 해산했다고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인권위원회,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국가안보위원회 등 구 정부 내 조직 5곳을 해산했다.

이나물라 사망가니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은 "해당 조직은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기에 예산 편성에서 제외됐고 해산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는 연 440억아프가니(약 6천500억원) 규모의 재정적자에 직면하는 등 국가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사망가니 부대변인은 "국가 예산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활동하고 생산력이 있는 조직만을 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중에 필요하다면 해당 조직을 재가동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해산된 곳 중 하나인 HCNR은 전 정부가 매우 중시했던 조직이다.

정부 붕괴 전 탈레반 측과 평화협상을 진행했으며 전 정부의 '2인자'로 여겨졌던 압둘라 압둘라가 의장을 맡았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율법)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으며 지난해 8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에는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는 분위기다.

실제로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23일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꿔 연기를 선언했다.

지난 7일에는 여성의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다.

내각도 여전히 탈레반 핵심 강경파가 장악하는 등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