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세계 최대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디즈니가 50년 이상 누려온 특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플로리다주가 최근 내놓은 ‘게이언급금지(Don’t Say Gay)’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가 주 정부의 미움을 사면서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상·하원은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리디크리크 특별지구의 지정을 취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입법을 주도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서명만 남았다. 절차가 완료되면 디즈니는 내년 6월부터 자치 권한을 뺏긴다.

리디크리크는 플로리다주가 1967년 특별지구로 지정했다. 디즈니는 리디크리크에 디즈니랜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세제 혜택을 누렸고 주 정부의 승인 없이 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됐다. FT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디즈니 직원은 6만6000명이며 디즈니가 지난해 납부한 세금은 7억8000만달러(9676억원)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주 의회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성적 취향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며 균열이 갔다. 디즈니가 주 의원들에 정치자금을 후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디즈니 직원들이 대거 반발했고, 밥 체이펙 최고경영자(CEO)은 “법안에 반대한다”며 “정치자금도 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디샌티스 주지사와 플로리다주 의회가 보복성으로 리디크리크 특별지구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

다만 특별지구 지정 취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민주당 지지자들과 지역 공무원들은 디즈니가 그간 내온 세금이 지역 세금납부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부채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BC는 “리디크리크 특별지역의 부채 규모는 10억~17억달러(1조2400억~2조1066억원)로 집계된다”며 “특별지역 지정이 취소되면 리디크리크가 걸쳐 있던 오렌지·오세올라 카운티의 납세자들이 부채를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률상 특별구역의 지정을 취소하려면 거주민 또는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그들의 법안에 특정 기업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주지사가 행동을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지구 지정 취소 법안이 통과했다는 소식에 디즈니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34% 하락했다. 전일 넷플릭스 실적 부진으로 5.6% 떨어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