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비트코인 기부에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우회 송금이 가능해 러시아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러시아도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NBC는 24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 자료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컴백얼라이브가 12시간 만에 비트코인 40만달러(약 4억8000만원)어치를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컴백얼라이브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NGO들은 이날 전까지 총 100만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모금했다. 이후 전면전에 돌입하자 모금액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 송금을 통한 자금 지원이 일반적이었지만 비트코인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차단될 경우에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암호화폐 시장을 합법화한 세계 다섯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톰 로빈슨 엘립틱 수석과학자는 “정부의 암묵적 승인과 함께 크라우드펀딩 전쟁에서 암호화폐가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된 비트코인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 2018년부터 암호화폐를 기부받은 컴백얼라이브는 우크라이나군에 군사장비, 의료용품 등을 제공해왔다. 얼굴 인식을 통해 러시아 군인과 스파이를 가려내는 앱 개발에도 자금이 쓰인다고 CNBC는 전했다.

러시아가 비트코인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 제재가 전통적인 은행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달러 대신 사용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자체 디지털 통화 ‘디지털 루블’도 개발 중이다.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인 로스 델스턴 변호사는 CNN에 “러시아가 암호화폐만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사실상 모든 제재를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