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영국·터키 긴박한 외교전…'노르망디 형식' 회담 부활
유럽 문제는 유럽이…우크라 위기 중재에 바빠진 발걸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대치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외교적 해결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러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로 푸틴 대통령과 이미 3차례 통화한 바 있으며 1주일 이내로 4번째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조만간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숄츠 총리의 방미는 7일로 확정됐지만 러시아 방문 날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약속이 정해졌고 조만간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민스크 협정의 공동 서명국 자격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이 모스크바를 동시에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유럽의 단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반응은 미국과 적대적 상황을 타개하고 긴장을 완화하려면 유럽 국가의 중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 정상이 '민스크 평화 협정'에 서명했으나 이 협정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그다음 날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최근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긴장 완화 조치를 촉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3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방국 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

터키는 기꺼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이나 실무 회담을 주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 관계여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문제는 유럽이…우크라 위기 중재에 바빠진 발걸음
전쟁 위기의 당사국으로 외교적 해결을 간절히 바라는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개국이 참여한 회담을 일컫는다.

4개국 정상이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이렇게 불린다.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들 4개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 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휴전협정을 재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이 성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을 존중하고, 4개국이 2주 안에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 협의를 이어간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9일 노르망디 형식 회담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평화 중재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일련의 협상에서 배제됐던 EU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참여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최근 "유럽의 안보 구조를 결정하는 협상에 EU가 중립적인 구경꾼이 될 수는 없다.

유럽 안보는 단순히 미국·러시아, 나토·러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EU가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과도하게 증폭한 탓에 자국에서 공황이 조성됐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3일 "현재 (러시아군의) 공격 부대 편성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지난달 24일에도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전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