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우호와 동계올림픽' 토론회서 한국선수들과의 '애증' 회상
옛 탁구여제 덩야핑 "현정화는 적수이자 친구였다"
"현정화 등 한국 선수들과 적수이면서 친구였어요.

우리는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 상처 주는(相愛相殺) 관계였습니다.

"
1990년대 세계 탁구계를 호령했던 중국의 '탁구여제' 덩야핑(49)은 24일 베이징 듀이센터에서 '한중우호와 동계올림픽 협력'을 주제로 열린 중국 외교학원 국가소프트파워연구센터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맺었던 '애증'의 관계를 이렇게 소개했다.

덩야핑은 1992년 바르셀로나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단·복식 2관왕 2연패, 1995년, 1997년 세계선수권 2회 연속 3관왕 등을 이룬 뒤 1997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한 중국 탁구계의 '전설'이다.

그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현정화(현 마사회 감독), 홍차옥이 이끈 한국과 숨 막히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땄던 기억과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남북단일팀에 우승을 내줬던 기억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특히 1991년 지바 대회 때는 중국팀이 남북단일팀에 패함으로써 "나도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덩야핑은 특히 현정화가 1993년 세계선수권 단식에서 우승한 사실을 거론하며 현정화만 아니었으면 1995년, 1997년 세계선수권 단식을 연달아 휩쓴 자신이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계가 바로 친구면서 적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덩야핑은 과거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어떤 한국 기자가 '결승전에서 자주 한국을 이겼기에 당신을 싫어하면서도 당신의 탁구 실력은 좋아한다'고 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자신이 서울 남대문 시장에 갔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봤고, 어떤 상인들은 물건값을 받지 않으려 했다고 소개했다.

덩야핑은 한중 국민감정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현역 시절 경험을 통해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했다.

즉, 양국 사람들이 자신과 현정화 감독의 관계처럼 경쟁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읽혔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스포츠에는 '적'이 없다.

한시적으로 경쟁에서 '적수'로 만날 뿐이며 인종과 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모두 하나가 된다"며 덩야핑에게 "다음에 당신이 남대문에 오면 내가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발제자로 나선 추궈훙(邱國洪) 전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 관계의 양대 난제는 전략적 상호 신뢰 부족과 상대국에 대한 여론 악화라고 지적한 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자유로운 인적 왕래를 통해 상대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옛 탁구여제 덩야핑 "현정화는 적수이자 친구였다"
/연합뉴스